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청어람M&B 편집부 엮음/청어람M&B |
국내 최고의 추리소설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당첨된 도서입니다. 먼저 이벤트를 주최한 황금펜클럽 편집부와 하우미 담당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드립니다.
계간 미스터리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 잡지이며 제목 그대로 계간지인데 이번호 특집은 김내성 선생님에 대한 새로운 연구자료들과 선생님의 미발표 논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시, 김내성" 이라는 제목의 자료입니다. 이 자료 하나만으로도 이번 계간 미스터리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단편들과 연재작이 실려있는데 한 작품씩 차례대로 소개해보자면,
제일석간 - 김내성
거금 2천원의 분실사건에 얽힌 유쾌한 연애물. <연문기담>과 유사한 일상계 로맨틱코미디 추리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서가 너무 명확하고 우연이 많이 개입된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범인(?)의 행동에 대한 이유, 동기가 확실해서 깔끔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변격물이 유명했던 김내성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던 수작입니다. 귀여운 악녀 이미지의 미망인 전혜봉 여사 캐릭터도 인상적이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킬힐 (Kill Heel) - 정석화
시체와 함께 발견된 여인과 그녀를 취조하는 형사, 두명의 대화와 심리묘사로만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설정은 평범하나 사소해 보이는 단서를 통해 의표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 경찰 수사로 비교적 손쉽게 드러난 범인들의 관계, 반전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버린 진짜 동기 등 자잘한 부분에서 정교함이 약간 아쉬웠어요. 진짜 동기가 밝혀진 뒤가 특히 그러한데 <디아볼릭> 등 수십년 된 작품과 유사했기 때문이죠.
또 오타가 굉장히 많은데 거슬리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우리 동네 살인마 - 정명섭
동네에서 벌어진 한 일가족의 집단 음독사건을 수사하는 청년백수의 모험담.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추리애호가이자 청년백수인 탐정 캐릭터와 더불어 시종일관 유쾌한 전개가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번 계간 미스터리의 베스트 단편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딱 한가지,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게 단점인데 작품 길이를 늘리더라도 이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막다른 골목 - 김이제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라는 설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작품.
문제는 설정은 그럴듯한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겠죠. 한국적 이차원 판타지랄까요? 나름 의미를 부여하자면 여러가지 있겠지만 장르문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재미도 그닥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The Whisper of blood - 미지의 속삭임 (2부)
1부를 읽지 않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세계 지능체와 엮여 고생길에 접어드는 주인공을 그린 sf입니다.
독특한 이세계 지능체 캐릭터는 괜찮았는데 세계관이 이런 류 작품치고는 많이 뻔한 편이었어요. <기생수>를 비롯한 근미래 SF에서는 많이 보아온 설정이었거든요.
그러나 아직 완결된 것도 아니고 일부만 읽었기에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습니다. 별점은 완독할 때까지 유보합니다.
위험한 호기심 - 홍성호
펜션에서 발견된 두구의 시체.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되고 형사 준영은 펜션에서 사라진 충전기에 주목하는데...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당선작입니다. 전개와 결말이 이치에 맞고 몇가지 단서를 통해 추리를 거쳐 수사해나가는 과정이 괜찮은 범죄-수사 스릴러물로 첫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네요.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일단 지나친 성적 묘사가 거슬렸어요. 뭐 이거야 사건이 성적인 관계에 기반한 만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 외에도 우연이 많다는 점 (의도하지 않은 알리바이의 작위성 등), 주인공 형사 캐릭터가 그야말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은 감점요소겠죠.
그래도 데뷰작이기도 하고 아이디어와 전개는 좋았던 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정태원 추모글
한국 추리문단에 큰 공헌을 하신 고 정태원 선생님에 대한 추모글입니다. 소개된 선생님의 저작만 해도 정말 엄청나서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 평이나 별점을 남길 글은 아니죠.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경의 부고기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피터 웜지경 시리즈 단편인데 <검은별>과 너무나 판박이였습니다. 설정부터 전개가 똑같아요.
덕분에 추리물이 아니라 모험물로 보일 뿐더러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아동취향의 수준낮은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작가의 명성과 시리즈의 후광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작품으로 차라리 <검은별>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그 외 노원 선생님의 장편 연재작은 연재물이라 이번권만 읽어서는 이해가 힘들어서 뭐라 평가하기 어렵네요.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을것 같더군요. 추후 단행본이 나오면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별점은 그때까지 유보합니다.
이러한 단편들을 포함한 총 별점은 3점입니다.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지답게 미발표 외국 단편이 한두편 정도 더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긴 하나 앞부분 김내성 선생님의 다양한 글들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큰 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한국 추리문학을 사랑하시는 몇안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뒷부분 신간소개에 경성탐정록이 없더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호에는 소개되었으면 좋겠네요. 책 소개뿐만이 아니라 작가로서 참여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어쨌건 한국 추리문학의 건투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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