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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음식의 역사 - 윤덕노 : 별점 2점

제목과 책 소개만 보면 우리나라의 분식이나 거리 음식들에 대한 역사적 고찰 및 소개를 하는 책으로 생각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빵과 과자는 물론 해산물과 주식까지 망라하는 포괄적인 음식 칼럼이었습니다.

물론 주제가 많고 방대한게 단점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제에 명백하게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 음식의 역사'라고 적어 놓고, 정작 내용에는 땅콩버터, 오징어 먹물이나 빠에야, 리조또, 꾸스꾸스, 타타르 스테이크 등을 소개하는건 명백하게 독자를 기만한 것이지요. 또한, 각 주제별로 다루는 내용도 딱히 깊이가 없고 단지 유래만 다루거나,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만 곁들여 소개하는 수준이라 얄팍합니다. 단팥빵이나 카스텔라, 단무지, 오뎅처럼 간단하게 인터넷을 검색해도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구태여 소개하는 것도 페이지 낭비고요. 이럴 바에야 그냥 우리나라 거리 음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인 분위기와 현상까지 포괄적으로 묶어서 깊이 있게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돈가스의 탄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워낙에 방대하고 저자의 아시아 쪽 자료 조사 하나만큼은 확실하기에 생각과는 다르게 건질 만한 자료도 다수 있기는 합니다. 붕어빵의 원조는 1909년 도쿄 아사부의 나니와가 제과점의 도미빵 (다이야끼)이고, 도미빵의 꼬리에 팥을 넣는 것이 좋은지 아닌 것이 좋은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져 1953년 요미우리 신문에서 지상 중계까지 했다는 일화(결론은 꼬리에는 팥을 넣지 말자는 쪽이었다고 합니다. 손가락으로 집어먹기에 좋도록, 또 입가심하기에 좋도록) 등은 흥미로왔습니다. 또한, 소보로빵과 메론빵이 사실 같은 것이며, 메론빵은 1932년 일본 특허청에 실용신안이 등록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엿을 소개하면서 조선에 엿장수가 굉장히 많았었다는 점, 그리고 정조 21년 황해도 황주에서 신착실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엿장수 박형대의 엿을 빼앗아 먹고, 엿장수가 엿값으로 두 푼을 달라고 하자 엿장수를 땅에 밀어 넘어뜨렸는데, 하필이면 지게의 뾰족한 부분에 넘어지면서 항문에 지게가 꽂혀 사망한 사건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기억에 남네요.

또한, 문어는 중국 북쪽 지방에서는 잘 먹지 않았는데, 임진왜란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에 파병 온 이여송을 접대하기 위해 정성껏 문어국을 내어놓았다가 명나라 장수들이 먹지 않아서 낭패를 보았고, 반대로 선조에게 명나라 장수가 "계두"를 바쳐서 선조가 당황했다는 고사도 소개됩니다. (계두는 계수나무속에서 자라는 벌레로, 한나라 역사서인 한서 남월전을 보면 남월의 왕이 중국에 공물을 바치면서 비취 40쌍, 공작새 두 쌍을 보낼 때 계두는 한 그릇만 바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잡학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저는 제목과 책 소개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자료를 접하리라 기대가 컸고, 제 기준으로 이러한 책에 반드시 소개되어야 할 거리 음식 – 닭꼬치, 번데기, 튀김 – 도 빠져 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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