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
이 작품은 3년여전, TV 시리즈로 먼저 보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TV 시리즈로 보았을때에는 주인공 쿠리야마 치아키외에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이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읽다보니 왠걸, 이거 꽤 물건이더군요. TV 시리즈로 본 <팔묘촌> 역시 소설쪽이 훨씬 좋았었지만 이 작품은 그 정도가 훨씬 심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소설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TV 시리즈에서 실망했던 부분인 사건과 트릭은 책에서도 역시 다른 긴다이치 시리즈에 비하면 살짝 처지기는 합니다. 첫번째 사건인 유사 사건의 알리바이 트릭과 히메노 도사쿠 사건의 진상같은 부분은 경찰 수사의 혼선이었을 뿐 트릭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고 사건의 핵심인 19년 전의 월금도 사건은 앞서 TV시리즈 리뷰에서도 지적했듯이 '정신착란'으로 넘어가는 트릭이기에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아울러 용의자가 너무나 적은 것도 문제죠. 마지막 장면에는 정말 범인밖에는 남지 않아 버리니까 말이죠.
그래도 수수께끼 풀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색다른 요소가 많아 즐거웠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일단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 통틀어 최고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도모코라는 캐릭터가 대표적이죠. 전형적인 남자 잡아먹는 악녀 캐릭터가 아니라 본인 자체는 순수하고 악의도 없는데 주변 남자들이 화를 입는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그 설정을 뒷받침 해 주는 묘사도 뛰어나거든요. 보통 이런 작품에서는 ‘사실은 악녀였다!’ 라는 식으로 뒷통수를 치기 마련인데 (ex : <밀랍인형>) 끝까지 이 설정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있게 끌고가는 것도 신선했고요.
또한 도모코와 다몬 렌타로와의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는 해피엔딩 역시 긴다이치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인데 도모코에 감정이입한 독자들을 나름 납득시키는 결말이었어요. 솔직히 그리스 조각같은 외모에다가 로열 패밀리인 다몬 렌타로라는 캐릭터는 작위성이 지나쳐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요...
아울러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긴다이치 시리즈 거의 대부분이 지닌 매력, 즉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져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잘 살아있습니다. 살인사건이 19년 전의 사건을 비롯해서 마지막 추리쇼 직전까지 무려 5건이나 벌이지기도 하지만 살인사건 중간중간에도 수수께끼의 협박문. 괴노인의 등장, 긴다이치 코스케 피습 사건 등 사건이 끊이지 않기에 계속해서 몰입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앞서 말했듯 추리적으로 그다지 뛰어난 점은 없지만 TV시리즈에서도 괜찮게 생각했던 ’박쥐’ 트릭은 역시나 그럴듯했고 추리소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동기도 합리적이라서 구성적으로는 잘 짜여져 있기도 합니다. 19년 전 사건의 동기야 두말할 필요 없이 확실하고 현 시점에서의 사건 역시 발단은 19년 전 사건과 얽혀있는 등 인과관계가 확실하거든요. 때문에 추리소설로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이야기가 탄탄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대표작 수준의 트릭만 하나쯤 더 등장해서 작품을 뒷받침 해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조금은 아쉽네요. 하지만 트릭에 매몰되어 합리적인 이야기 전개나 인간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다른 평작들보다는 읽기에 편하고 쉽게 책장을 넘기게 만들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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