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플래닛 헐크 - Pagulayan, Carlo 외 지음/시공사 |
'카페 <웹진 판타스틱> 오픈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그래픽 노블입니다. 리뷰에 앞서 좋은 기회를 주신 판타스틱 카페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괴물'과 '파괴자'로서의 헐크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게 특징인 작품입니다. 지구에서는 '괴물'로 인식되어 우주로 추방된 뒤 도착한 행성 사카아르에서 '구세주'로 거듭나는 이야기거든요. 도착 직후 힘이 약화된 상태에서 행성의 독재자 레드킹에게 제압당한 뒤, 검투사로 전락하였다가 자신의 강함으로 타인들의 신망을 얻고, 결국 레드킹을 쓰러트리고 행성에 평화를 가져 온다는 내용이니까요. "글라디에이터"나 "스파르타커스"의 헐크식 변주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모험 액션물로서의 가치도 확실하지만, '헐크'의 다른 시리즈와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 이러한 서사 - 모험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그동안 헐크 시리즈의 핵심 설정인 인간이냐 괴물이냐의 고뇌 대신 헐크만의 개인적인 고뇌, 즉 구세주가 아닌 파괴자로서의 자기 인식과 성찰이 잘 드러난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 브루스 배너와 대비되는 괴물로의 야성이 강조되었던 그간의 헐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 동안의 '헐크'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악당 레드킹이 아쉽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초딩스러운 찌질함이 부각되기 때문에, 행동에서의 악의도 느끼기 어려운 탓입니다. 고뇌하고 번민하는 헐크와 그의 동료들에 비하면 깊이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설정은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 황제와 비슷한데, 코모두스 만큼의 배경 설정이나 음모 정도는 등장시켰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이래서야 압도적인 강함의 헐크에 대항하는 인물로는 보기 어려우니까요.
더 큰 문제는 행성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모든 갈등과 번민을 강함으로 해결해버린 진짜 황제의 결말입니다. 본인도 아닌 타인의 실수로 인한 행성의 종말인데, 급작스럽고 황당한게 흡사 강제 종료를 편집부로부터 지시받은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헐크의 평화로운 안주는 이후 마블 코믹스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끝을 냈어야 했겠지만 이건 답이 아니에요...
그래도 다른 작품과의 연계없이 한편으로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작화도 최고 수준이며 번역 역시 매끄러워 마음에 들고요. 단순 화끈한 모험 액션물을 좋아하신다면, 헐크의 이색적인 모습을 한껏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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