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북스캔(대교북스캔) |
<아내의 여자친구>로 접해보았던 일본 여성작가 고이케 마리코의 단편집입니다.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죠.
이전 작품들과 동일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싹트는 악의와 살의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별로 설명하자면, 첫번째 단편인 <팽이멈추기>는 너무나 활동적인 남편을 증오하고 조용한 삶을 찾고자 하는 아내의 살의를 묘사하고 있는데 억지가 너무 심하더군요.
남편의 행동이 살의를 불러 일으킬만한 것이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 논외로 치더라도 남편을 이렇게나 증오한다면 이혼을 생각하거나 최소 별거를 염두에 두어야 했을텐데 중간과정 없이 곧바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차라리 미국 단편에서 많이 봄직한 ‘돈만 쓸 줄 아는, 성적인 매력도 사라진 아내에게 걸려있는 거액의 생명보험’ 이라는 동기라도 있으면야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나마 마지막 반전이 괜찮기는 했지만 기본 내용이 별로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 <재앙을 부르는 개>도 역시나 이해하기 힘든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유기견을 주워와서 키우게 된 이후 다른 가족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불행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개를 버릴 결심을 한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부터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작품에서 설명되듯 정신병원에 가 봐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되거든요. 게다가 주인공의 불륜, 거기서 촉발된 한 여인의 자살시체 발견 이후 이어지는 반전은 우연과 억지가 어이를 상실한 수준이었어요. 아울러 주인공이 남자이기 때문에 작가 특유의 섬세한 여성의 심리묘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자살시체 발견할때의 묘사는 섬찟했기 때문에 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짤막한 도시괴담 정도로 정리되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쓰르라미 동산의 여주인>은 정통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3류 탤런트에 대부호의 첩과 엮여있으니 일상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인데 외려 이 작품이 이 단편집 안에서는 제일 낫더군요. 일상 속에서의 살의를 억지로 끄집어내기 보다는 차라리 현실적이지는 못하지만 당연히 살의가 싹트는 상황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범행을 저지른 뒤에 밝혀지는 진상과 반전도 서늘한 맛을 전해주고요.
‘남자를 잡아먹는 요부’ 이미지가 색다르게 구체화된 작품으로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의 현대화된 도시 버전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소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싹트는 섬찟한 살의’라는 테마가 가장 설득력있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소문으로 인해 직업을 읽게 된 간병인 다마오가 자신을 흠모하는 대학생 게이타에 의해 비뚤어진 방향으로 폭주하게 되는 내용인데 동기와 과정 모두가 설득력이 있거든요. 주인공이 다마요에서 게이타로 옮겨가는 전개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요.
노처녀나 중년 독신 여인이 사소한 이유로 폭주한다는 소설은 <유니스의 비밀> 등 많이 있긴 한데 이 작품은 외로운 일본 현대사회의 일면을 느끼게 하는 여러 묘사와 더불어 게이타라는 청년의 이상한 애정이 동기가 된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책의 평균 별점은 2.25점.. 2점 되겠습니다. 낮은 별점은 앞선 두 작품이 별로였던 것과 더불어 기대했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싹트는 섬찟한 살의라는 테마가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못한 탓이 큽니다.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 역시 크게 돋보이지 않았고요. 일상 속 악의라는 테마를 추리소설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와카타케 나나미 쪽이 더 나아보이네요. 와카타케 나나미의 신작이나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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