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적은 말한다 - 구본진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
유명인사의 글씨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법조인 저자가 자신의 수집품인 항일 - 친일인사들의 글씨를 분석하여 확연한 차이를 도출하여 설명하는 책입니다. 전문적인 필적감정서는 아니지만 필적이라는 것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설명 역시 같이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네요. 풍부한 도판 역시 잘 갖추어져 있고요.
책에 실려있는 항일 - 친일파의 확연한 필적 차이를 요약하자면,
항일 운동가는 글씨의 크기가 작고 모양이 정사각형으로 균형잡혀 있으며 대체로 각진 글씨가 많고 글자간격은 좁으면서도 행 간격은 넓은 것에 반해 친일파는 글씨 크기가 크며 모양도 좁고 긴 형태이며 유연한 형태가 많고 글자 간격은 넓은데 반해 행 간격이 좁다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도 밝혔듯 100%맞는다고 일반화할 수 없는 이론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만화 <거침없이 한 획!>과 유사한 부분도 있네요. 유도소녀 모치즈키는 크고 호방한 글씨를 좋아하고 내성적인 귀국자녀 유카리는 가늘고 작은 글씨가 장기라는 것에서 글씨는 성격을 반영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하니까요. 이론에 따르면 둘의 장점을 합친 것 - 느리지만 힘이 넘치고 확실하게 쓰는 것 - 이 항일투사 서체 바로 그 자체이기도 해서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또한 뒷부분에는 항일 운동가의 옥중 서신 등의 자료로 당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른바 '통문'이라는 의병을 일으킬 것을 촉구한 문서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같은 자료를 비롯하여 만주투사 이종혁의 옥중 편지를 통해 책같은 것을 요청할 수 있었다는 소소한 내용까지 의외로 참고가 될 만한게 많더군요.
자신의 취미를 직업적인 전문분야와 결합시켜 만들어낸 괜찮은 참고도서로 별점은 3점입니다. 전문적인 필적 감정서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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