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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 낸시 피커드 / 한정은 : 별점 2.5점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 6점
낸시 피커드 지음, 한정은 옮김/영림카디널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 

1987년 1월 23일, 미국 캔자스 주의 작은 시골 마을 스몰 플레인스에서 보안관 네이슨과 그의 아들 렉스, 패트릭은 얼어죽은 10대 소녀의 사체를 발견한다. 네이슨은 절친이자 의사인 쿠엔틴에게 급히 사체를 싣고 가지만, 의사인 쿠엔틴 레이놀즈는 신원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사체를 훼손한다.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판사 톰의 아들 미치 뉴퀴스트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만, 오히려 그는 부모에 의해 쫓기듯 다른 지역으로 떠나 살게 된다.

결국 마을 공동묘지에 묻힌 신원불명의 여자 사체는 소원을 성취시켜주는 ‘기적의 동정녀’로 추앙받게 되고,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04년. 미치는 마을로 돌아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기 위해 행동을 개시한다.


애거서상과 매커비티상을 동시에 수상한 여성 추리작가 낸시 피커드의 장편 추리소설입니다. 에드가상만 아깝게 놓쳤다고 하네요. 이러한 상을 탄 작품은 보통 기본은 해 주기에 조금은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고난 감상은 기대가 컸던 탓인지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어요.사건의 동기라던가 전개과정에서의 합리성이 많이 부족해보였거든요.

일단 사건의 원인이 되는 17년전 사건을 먼저 분석해보자면 판사의 아내 나딘이 새러를 눈보라치는 밖으로 내보내어 죽게 만든 것 부터가 문제가 많죠. 차라리 죽인다음에 파 묻던가, 자신들 방공호?속에 감추던가 했으면 차라리 후환이 없었을텐데 밖에서 시체로 발견되게 함으로써 보안관 네이슨이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사건이 외려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잖아요. 네이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시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려 했는지도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고요. 의도하지 않게 알아서 긴 친구들의 행동 역시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집니다.
게다가 아무리 연고없는 처녀라고 해도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아가씨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은 대관절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어요.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유야무야 넘길일이 아니었을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운에 의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 것이라 추리적으로 잘 짜여졌다고 보이기는 어려웠습니다. 판사의 변태성욕에 대한 묘사가 막판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도 반칙으로 여겨지고요.

그 이후, 17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의 전개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더군요. 어차피 미치가 돌아와서 사건을 들쑤시게 되면 진상은 어차피 밝혀졌으리라 생각됩니다. 미치가 본 증거가 너무나 확실하고 그 상황에서 의사 쿠엔틴이 사건을 계속 은폐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니까요. 차라리 이전에 판사 톰이 의사와 보안관을 다 쏴버렸다면 모를까 관계자가 모두 생존해 있고 유력한 증인이 당당하게 살아있는 상황에서 조용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그 외에도 죽은 새러가 '성녀'로 추앙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라던가 갑작스러운 토네이도의 습격같은 에피소드는 작품과 무관한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길이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뜬금없는 판사의 폭주로 마무리되는 결말 역시 어이없음에 일조하고 있고요.

그래도 유명한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작품 자체의 흡입력은 대단해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한번에 읽게 만드는 힘은 있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제프 뉴퀴스트의 정체와 같은 반전도 꽤 효과적이었고요. 미국 정통 장편 추리소설의 계보라 할 수 있는 소도시의 인간관계에서 촉발되는 사건이라는 테마를 잘 살렸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겠죠. 물론 이 작품은 협소한 인간관계에 사건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기 때문에 반칙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분명 잘 쓴 작품이기는 한데 제 기대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아쉽기만 하네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가 가미된 드라마라고 부르는게 더 타당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과거의 범죄와 현재의 살인사건이 있기는 하지만 추리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왠지 시골마을의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강했거든요. 할리퀸 로맨스스러운 결말도 제가 해피엔딩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오버스러웠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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