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 4 - 요시키 토노가이 지음/서울문화사(만화) |
미지의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어딘가에서 꽤 호평인 리뷰를 읽고 관심이 가던 차에 '추리만화 몰아쳐 읽기' 시즌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어요. 만화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없는 작화와 전개는 둘째치고서라도 게임의 구성 자체가 한심했으니까요.
게임의 룰부터 살펴보자면 '누가 늑대인지를 찾는 것'이죠. 그러나 암묵적인 기본 법칙과도 같은 '단체행동' 부터가 결여된 전개부터 심상치 않더니만 아니나다를까 늑대를 찾기 위한 두뇌게임이 전무하더군요. 단지 서로가 계속해서 다투다가 하나씩 죽어갈 뿐 조금이라도 머리를 쓰는 장면 자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누가 늑대(범인)인가?'라는 수수께끼를 풀기위한 긴장감 역시 작품안에서 느끼기 어려워요. 누가 늑대인지 초반부에 알려주는 듯한 묘사와 더불어 극초반에 이미 갇혀있는 6명 중 3명이 죽어버리는 등 긴장감을 느낄 여지가 없거든요. 주인공 빼면 남는건 둘. 그리고 한명은 확실히 수상함. 이걸로 이미 게임 끝이죠 뭐...
게다가 '각자 몸에 새겨진 바코드로 문 하나만을 열 수 있다'라는 제약조건은 왜 등장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제약조건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부 분열의 소재로만 쓰일 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반전과 진상이 너무나 황당한 수준이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초반에 이미 짐작 가능한 범인이라는 결정적 약점을 극복하려고 반전을 집어넣어 이야기를 꼬아보겠다는 시도가 되려 작품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어요. 뜬금없는 최면술을 이용한 결말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밑바닥이 어딘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더라고요. 공정하지도 않고 말이죠.
이러한 기본적인 단점과 비교하자면 애시당초 미약한 동기, 어떻게 먹잇감(?)을 찾아내었는지에 대한 설명의 부재, 그리고 이렇게 죽일거라면 뭐하러 게임이랍시고 공들여 장치를 세팅하는지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 정도는 걍 지나쳐버릴 정도의 사소한 문제로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극한추리 콜로세움>이나 <인사이트밀>과 같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의 설정을 잘 따르고 있지만 이러한 폐쇄형 작품의 재미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수준낮은 졸작입니다. 야구만화에서 야구시합 장면이 재미가 없다면, 도박만화에서 도박승부가 재미가 없다면 그 작품이 좋은 작품일리가 없잖아요?
그나마 다른 유사 설정 작품들처럼 '막대한 돈' 운운하는 대신 단지 생존을 위해서 게임을 한다는 점 하나만 차별화 되는 부분인데 어차피 현실성 제로인 만화같은 설정이라면 차라리 <라이어게임>이나 <도박패왕전 제로>와 같이 '거액의 돈을 둘러싼 두뇌게임' 쪽으로 끌고가는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아니면 최소한 <누가 울새를 죽였나?>처럼 덫에 걸린 사람들끼리의 긴장감넘치는 두뇌게임이라도 펼쳐주었어야죠.
아무리 생각해도 점수를 줄만한 여지가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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