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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 이종각 : 별점 3점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 6점
이종각 지음/동아일보사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의 조선인 주요 가담자 우범선과 그를 암살한 고영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격동의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의 조선 정세와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미시사 서적입니다.
총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6장은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우범선, 고영근의 이야기이며 7장은 또다른 대역죄인이었던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홍종우의 이야기, 8장은 우범선의 아들인 우장춘과 후손들의 이야기, 9장은 고영근의 후일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이 주요 가담자 우범선과 암살자 고영근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주아주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시해사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왜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당시 열강들의 세력구도는 어떠하였는지, 어떤 인물들이 주로 관여하였으며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으며, 굉장히 다양한 자료의 뒷받침은 물론 머리속에서 사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 책 한권을 읽는다면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는 졸업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그간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힘든 정보도 많다는 것도 장점이죠. 제일 먼저 '우범선'과 '고영근' 이라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들 수 있겠네요. 우범선이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잘 모르던 차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무과에 급제하여 별기군 간부로 근무했던 나름 당시의 엘리트 군인이 어떻게 국모 시해사건에 가담하였는지에서 시작해서 일본에서 어떨게 가정을 꾸리고 살았으며 암살 당시 일본의 분위기는 어떠하였는지, 그 후손 (우장춘을 비롯한)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 일대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내용이 가득합니다.
고영근 역시 조선에서의 행적은 물론 왜 망명을 가서 왜 암살을 시행하였는지, 그리고 재판 이후 귀국하여 고종의 능인 홍릉 능참봉직을 수행하며 능비건립 사건을 일으키기 까지의 거의 모든 행적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김옥균 암살 작전과 관련자들, 그리고 후일담도 과거 TV '역사스페셜'에서 보았던 내용보다도 자세하며, 당시 망명자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 - 장, 차관급 인사에게는 일본 정부가 생활비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보통 휘호로 먹고 사는 인물이 많았고, 몇몇 인물들은 정말로 곤궁했다더라... 일본내에서 다 첩을 데리고 살았다더라... -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단 제목을 제외하고는 책 전체에 걸쳐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은 불만스러웠어요. 평가야 어찌 되었건간에 황후로 추존되어 불리우는 사람을 왜 '민비'라는 호칭으로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고영근 후일담에 대해서는 중간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고영근은 명성황후와 민씨 일가에 아첨으로 출세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다가 망명하게 된 뒤 다시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우범선을 암살한, 그야말로 개인적인 이유로 암살을 진행한 것으로 설명되는데 마지막에 고종의 능비를 자비로 건립하고 죽을때까지 능을 지켰다는 충정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좀 의아했거든요.

이렇게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조선 말기 ~ 대한제국 초기까지의 당대 국제정세 및 조선의 상황, 정변이 속출하고 망명자도 많았던 격동의 시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는 높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 정보 추가합니다. 초록불님의 글을 통하여 '명성황후'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전공자로서 역사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는 반영해서 책을 써 주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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