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ER - DICK FRANCIS/홍익미디어 |
에카테린 은행 창립자의 손자인 팀 에카테린은 전도 유망한 은행가로 부모님의 실패를 딛고 은행에서의 지위도 확실히 하고 있으나 상사인 고든의 부인 쥬디스에 대한 연모의 정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초대받아 방문한 애스컷 경마장에서 몇명의 경마관련 인사와 친해지고, 무면허지만 탁월한 실적으로 전 영국에 이름이 높은 "기적의 의사" 콜더 잭슨의 생명을 구해주기까지 한 인연 탓에, 팀은 이사 진급 직후 유망한 종마를 사기위한 투자금 500만 파운드의 대출건을 책임지도록 결정된다.
그리고 애스컷 경마장 방문당시 기적의 우승을 했던 경주마 샌드캐슬에 대한 강한 인상과 사육장 주인 올리버에 대한 믿을만한 조사를 통해 대출을 결정한다. 일종의 주식과도 같이 한 종마의 노미네이션 (접붙이는 횟수에 대한 권리) 40개에 대한 투자로 약 20여년을 바라본 장기투자지만 확실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되었고 거의 모든 사고에 대한 보험처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 상태.
그러나 샌드캐슬과 교미했던 말들이 낳은 망아지들의 절반이 경주마로 뛸 수 없는 장애마, 기형마로 밝혀지고 이 건에 대해서는 미처 보험에 들지 못한 상태라 샌드캐슬의 인기와 주가가 폭락하면서 위기가 닥치며 올리버의 딸 지니마저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내놓은 작품 모두가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는 희대의 "타율왕"작가 딕 프란시스의 1982년도 작품입니다. 원제는 "Banker"인데 국내에서 앞에 "고독한"이란 타이틀을 붙였군요. 제가 읽은 딕 프란시스의 네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목 그대로 은행가가 주인공이고 초반부에는 은행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로 그려지나 역시나 경마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주 스토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경마 레이스가 아닌 "종마 투자"라는 굉장히 이색적인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데 이 종마와 그 투자에 대한 설명과 내용에 대한 묘사가 정말이지 너무나 디테일하고 매력적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로웠어요. 저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또한 500만 파운드라는 거금과 그 이면에 얽힌 음모 역시 설득력있게 묘사되며 살인까지 얽힌 복잡한 사건을 사소한 단서를 통해 밝혀낸다는 전개는 언제나처럼 흥분과 재미를 가져다 주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내세울만한 점은 없습니다. 트릭이 중요한 정통 본격 추리물은 아니고 스릴러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나 대충의 줄거리만 보아도 가장 수상한 사람이 드러나 보일 만큼 전개가 뻔하기 때문에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주인공의 "가택침입"을 통한다는 점, 가택침입에서 중요한 증거가 드러나도록 방치해 놓은 범인의 방심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거액이 걸린 음모에는 걸맞지 않는 허술한 결말이었어요.
그래도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정보의 제공, 그리고 별다른 이야기가 구성될 것 같지 않는 소재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뽑아내는 능력은 "타율왕"이라는 별명에 값하긴 합니다. 시작 부분에 있었던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전체적인 사건을 엮어나가는 이야기 솜씨도 탁월하고요. 작가의 최고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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