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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4

살인무도회 (Clue / 1985) - 조나단 린


폭풍우가 몰아치는 뉴 잉글랜드 지방의 외딴 저택에 화이트 부인, 스칼렛 부인, 피코크 부인, 그린 씨, 머스타드 대령, 플럼 교수 라는 가명을 가진 6명의 남녀가 "바디씨"라는 인물에게서 초대를 받고 모이게 된다. 집사 워즈워스의 접대로 모임을 갖게된 자리에서 그들 각각이 남에게 드러나면 곤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워즈워스에 의해 공표되고 워즈워스가 바디씨의 범행에 종지부를 찍기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바디씨는 그들에게 6가지 다른 종류의 흉기를 선물하며 워즈워스를 죽이면 서로 비밀이 들통나지 않고 무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전등을 끄는데 외려 바디씨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어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살인무도회"라는 국내 TV 방영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보드게임 원작의 영화입니다. 보드게임 원작 영화로는 처음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정통 추리물이 아닌가 싶어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는 "외딴 저택에 고립된 일단의 남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정통 추리적인 요소를 마음껏 패러디하고 비틀어 꼬는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각본에 "블루스 브라더스"로 주가를 높이고 있던 존 랜디스가 참여했기에 슬랩스틱적이면서도 캐릭터를 잘 살리는 코미디가 넘쳐나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경찰이 갑자기 저택에 찾아왔을 때 시체를 숨기기 위해 광란의 파티를 가장하는 장면 등은 확실히 웃겼습니다!

그러나 기대이하로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전무합니다.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6명의 인물들이 모두 동기와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전개에서 충분히 트릭을 집어넣을 만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코미디 영화임을 고수하며 트릭이 개입될 여지를 거의 만들지 않네요. 인물과 인물이 교차되며 서로의 과거를 살짝 드러내는 등 약간의 디테일이 가해지만 충분히 추리적인 요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퍽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적은 대신에 보드게임이 원작인 영화답게 관객에게 능동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엔딩" 효과가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원작에 충실하다고나 할까요? 영화에서는 총 3개의 엔딩을 보여주는데 엔딩이 3개나 될 정도로 추리적인 얼개는 허술하며 비약이 심하지만 하나의 엔딩이 나온 이후"이런 결말은 어떨까요?" "하지만 진상은 이렇습니다" 라는 자막과 함께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방식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가는 감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이 아니라 실망스럽긴 했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제법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류의 캐릭터 코미디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히 중요한데 악역으로 낯익은 워즈워스역의 팀 커리와 성격파 배우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의 연기가 상당히 반갑기도 했고요.

이런 류의 유사작품으로는 더욱 유명한 "5인의 탐정가"가 있을텐데 패러디의 향연일 뿐이었던 "5인의 탐정가" 보다는 그래도 추리물로서나 코미디로서나 한수위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원작 보드게임을 한번 해 봐야 겠습니다.

보드게임에 관한 정보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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