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서 "교수"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프로비덴스 쥬엘즈 소속 메이저리거 중견수 허베이 브리스버그는 30이 넘은 나이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신생 약체팀으로 트레이드되었지만 오히려 생애 첫 3할 타율을 노리고 분투한다. 쥬엘즈도 모처럼 동부지구에서 중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 그러나 허베이의 원정 룸메이트이자 팀의 중간계투 투수인 루디 파스가 선수 휴게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팀 내부의 화합이 완전히 붕괴되어 팀의 성적은 추락을 거듭하게 된다.
허베이는 루디와의 우정, 애인인 미키 스레이빈과의 묘한 관계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개인적으로 쫓게 되며 그 와중에 갱의 끄나풀인 로니 마테오라는 인물에게 협박받고 신문 기자에게 무심코 한 발언으로 팀에서도 미움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그러나 팀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기 전날, 허베이는 중대한 사실을 깨닫고 결국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는데...이글루를 통해 알게된 지인이신 석원님에게 선물받은 귀중한 책입니다. 그동안 구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랬죠. 원제를 보고 "삼구삼진 살인사건"이 제목으로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내용에 제목의 대사가 등장하더군요.^^
줄거리 요약처럼 메이저리그를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라 야구도 좋아하고 추리물도 좋아하는 저같은 독자에게 꼭 맞는 맞춤형 책입니다. 또 단순히 야구장을 무대로하여 선수가 주인공인 설정만이 아니라 야구 경기의 한 요소가 중요한 동기로 설정되어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트릭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고 여러개의 복선이 겹쳐져있기 때문에 추리적으로도 산뜻한 느낌을 주고요.
그 외에도 주인공의 소속팀인 프로비덴스 쥬엘즈는 가공의 팀이지만 양키즈, 레드삭스, 메츠 등 실제 팀과의 경기 과정도 그리고 있는데 디테일이나 여러 묘사에서 저자가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괜찮았어요.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 팬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쥬엘즈 팀 메이트들이 대부분 "바보"로 묘사되는 부분은 너무 일반론적인 시각이 아니었나 싶고 (사실일 가능성도 높지만) 조금은 지나쳐 보이는 통속성,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마지막 보비 와그너의 "1안타" 완봉승과 결정적 아웃을 허베이가 처리한다는 이야기같은 헐리우드식 통속성이 작품 전체에 진하게 녹아들어 있는 부분은 좀 거슬리더군요.
무엇보다도 루디가 행한 것과 같은 중간계투로서 선발의 승을 날려먹는 행위는 야구 매니아라면 국내에서도 누구나 체크하는 사항이기에 이야기안에서는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요런 부분에서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측면에서라도 쥬엘즈의 시즌 기록표를 부록처럼 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번역도 조금 아쉬운데 일어 중역본인 티가 확연합니다. 예를 들면 리그의 상위-하위팀을 나누는 A, B 클래스라는 용어의 사용 같은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일어 중역이라도 상관 없다는 쪽이지만 이 책은 번역된 결과 자체가 많이 아니에요. 문체도 거슬리지만 야구 관련 고유 명사들의 일어식 오기가 눈에 많이 뜨이더군요.
그래도 FA 계약과 선수의 심리상태를 이용한 교묘한 사기극이라는 아이디어는 높이 사고 싶고 워낙 재미있어서 후딱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와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최근의 경향인 탐정을 색다르게 꾸며서 어필하려는 것들 보다는 이런 다양한 소재와 설정을 이용한 작품이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책을 증여해 주신 석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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