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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연필 깎기의 정석 - 데이비드 리스 / 정은주 : 별점 2점

연필 깎기의 정석 - 4점 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프로파간다

자칭 연필 깎기 장인이라는 저자가 쓴 연필 깎이의 모든 것.
연필 깎는데 필요한 준비물들, 주머니 칼에서 시작해서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 다구형.다단식 휴대용 연필깎이,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 등의 도구를 이용한 연필 깎기 방법,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거나 폭포에서와 같은 다양한 장소, 환경에서 연필 깎는 법과 뒤로 깎기와 같은 진기한 묘기 등 연필 깎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설명은 물론 도판도 충실하고, 내용도 신뢰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연필 깎기 장인은 개뿔, 만화가 출신 저자가 실존하지 않는 세계를 진지하게 접근하여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류의 책입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나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처럼 말이죠.

그러나 앞서 예를 든 책들은 독자도 모두 "허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설정이 널리 공유되어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는 반면에, 이 책은 실제 "연필깎기 장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독자에게 설득하기 위한 설정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진지한 수준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손상된 연필심 제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연필의 몸통을 칼로 베고 촉을 제거하는 행동을 아래의 시, 엘리너 와일리의 <나의 영혼에 부치는 시>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꾸밈없는 담흑빛의
순순하고 완전한 형태가
숙명의 포물선을 그리며
폭풍우 속에서 균형을 잡네"

전체 내용이 모두 이런 식이에요. 크게 빵빵 터지지는 않지만 피식할만한 수준은 됩니다.

하지만 전동 연필깎이를 다룬 부분처럼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단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 스스로 웃음기를 배제하고 더 진지하게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된 것 같아 아쉬워요.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별 것도 아닌 내용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쓰면 그 자체가 하나의 컨텐츠가 된다는 것은 주목할만 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진심을 담아 더욱 열심히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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