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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6

연씨별곡 1,2 - 윤태호 : 별점 2점


오랫만입니다. 극심한 더위, 휴가, 그리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치열한 프로야구 순위싸움 덕분에 블로그 업데이트가 좀 힘들었네요. 그동안 잘들 지내셨죠? 이번에 소개드릴 작품은 휴가 기간 중 본가에서 발굴한 고전입니다. <미생>으로 대박을 친 윤태호 작가의 초기작이죠.
아주 오래전, <야후> 1권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모르던 "윤태호"라는 작가에게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 당시 구해보았던 작가의 작품 중 하나로 격주간 잡지 <미스터 블루>에 연재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제가 구한 작품은 이 작품과 <로망스>가 전부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구해본 작품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특히나 이 작품 탓이 큽니다.

작품의 시작은 나쁘지 않습니다. 흥부전의 흥부와 놀부 캐릭터를 뒤집어, 실제로는 흥부가 나쁜 놈이었다는 설정인데 아이디어는 제법 괜찮거든요. 고전 해학 개그 만화라 칭해도 괜찮을 정도로 판소리, 사투리, 고전 특유의 말투를 유려하게 살려낸 대사들도 인상적이에요. "성님이 사정없이 문자를 써버린께 나도 한번 써볼라네. 당태종은 성주로되 천하를 다루어서 그 동생을 죽였으며 조비는 영웅이나 재조를 시기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성님같은 산골 똥초, 농부가 우애지정을 알겄소!" 뭐 이런 식입니다. 특유의 뎃셍력 역시 초기작임에도 발군이고요.
그러나 초반을 지나서면서부터 이야기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가 버립니다. 당시 인기있던 드라마의 패러디인 동네 건달 조직인 "모레 쉬게"의 등장까지는 그렇다 쳐도, 제비가 흥부의 아내를 유혹하다가 다리가 부러진 뒤 제비 대장이 "박씨" 제비를 보내 복수한다는 이야기로 접어들면서는 도저히 수습이 안될 정도에요. 아무런 개연성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즉흥적인 일회성 이야기로 일관할 따름입니다.
제비파를 모조리 제압하고 흥부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만, "금융 실명제" 때문에 놀부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고 자신은 왜곡된 "흥부전" 출판을 통해 여론몰이로 재산을 다시 찾으려 한다는 결말도 뜬금없는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원래 설정대로 끝을 냈다는 것에만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네요.

흥부 캐릭터의 좌충우돌 하나는 돋보이는 만큼, 흔히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제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라는 변명이 잘 통할 이야기라고는 할 수는 있겠죠. 허나 재미나 완성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좀 더 잘 짜여진 이야기가 좋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절판된지 오래되었는데 윤태호 작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탓에 중고가가 상당한 수준이더군요. 몇권 안남은 잔여 물량이 빨리 소진되어 가격이 더 올라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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