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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9

끝내주는 책 - 김지현 외 : 별점 3점

끝내주는 책 - 6점 알라딘 도서팀 엮음/알라딘

알라딘 창사 16주년 기념 무료 e-book으로 읽은 책. 국내 장르문학계에서 유명한 편집자, 작가, 번역자 분들이 각자 고른, 제목 그대로 "끝내주는" 장르문학 한권씩에 대해 소개하는 에세이집입니다.

모두 19분이 19권의 책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장르문학 애호가이긴하나, 이 책에 실린 저자분들을 모두 알진 못합니다. 아는 분은 도진기, 이영도, 이우혁, 듀나, 좌백, 진산 작가님과 출판사 대표님인 김홍민 (북스피어), 안태민 (불새) 8명 뿐이니 절반도 안되네요. 엘릭시르, 황금가지 편집장님과 <미스테리아> 편집장님, 피니스아프리카에 대표님도 워낙 잘 아는 출판사와 잡지라 친숙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12명이니 많이 부족해요.
여튼, 이러한 도서 관계자분들은 과연 어떻게 책을 소개할까? 라는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장르소설 전문 리뷰어를 자청하기에 다른 분들은 과연 장르문학 소개를 어떻게 접근할지가 아주 궁금했거든요. 물론 무료라는 이유도 컸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참 대단한 글들이었습니다!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들게끔 하는 측면에서 말이죠.
제가 읽고 리뷰를 남기기도 한 <고스>, <LA 컨피덴셜>,<살의의 쐐기>와 비교해보면 제 리뷰에 무엇이 부족한지 확실히 드러나요. 저는 표피적으로만 접근하고, 좋은 점도 제 취향 중심으로 짤막하게 쓸 뿐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제 리뷰만 읽고 딱히 읽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는 힘들죠.
허나 이 책에 소개된 글들은 단지 책에 대한 간단한 정보 나열 뿐만이 아니라, 왜 좋았는지에 대한 감상, 기타 정보와 글을 쓴 저자의 독서 당시 일상이 결합되어 자세하게 쓰여져 있는 등 하나의 완성된 에세이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점에서 참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스포일러는 전혀 없으면서도 딱 궁금한 부분까지만 이야기해주면서 읽는 사람을 감질나게, 안달나게 만드는 솜씨들도 제법이었고 말이죠.

일종의 에세이라 각 글들을 요약하기는 힘들기에 딱히 소개하진 않겠습니다만,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영웅문>을 소개한 임지호의 글이었습니다. 중, 고등학교때 무협소설에 몰두했던 제 자신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영웅문>을 소개하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인용하는 것이 참 맛깔나더군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중 「바쇼 한 명의 문제」라는 단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정형시 하이쿠의 전신인 하이카이는 원래 서민들의 심심풀이 정도였는데 마쓰오 바쇼라는 천재가 등장하면서 예술로 승화되었다. "탐정 소설에서도 이러한 천재성이 두드러진 작가가 나타나면 탐정 소설 또한 예술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다. 란포는 탐정 소설계를 통틀어 바쇼 같은 작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겠지만,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라는 부분인데 <영웅문>이 바로 바쇼같은 책이라는 거죠. 참 그럴듯하지 않나요? <영웅문>은 충분히 이러한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걸작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김준혁이 <어스시의 마법사>를 소개하며 인용하는 명대사 역시 책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대마법사 오지언의 말인 듯 합니다. “주문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게로구나. 너는 우물에서 너무 많은 물을 퍼 올렸다. 기다리렴. 어른이 된다는 건 참는 것이지, 힘을 다스리는 이가 된다는 건 아홉 배나 더 인내한다는 것이고.”
안태민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도 기억에 남네요. 마지막 글이기도 할 뿐더러 국내에서 어렵고도 어려운 SF 전문 출판사의 대표로서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자신의 추억과 작품과 엮어 잘 소개하고 있거든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중 명대사인 ‘탄스타플’, 즉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에 빗대어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는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소개된 책들 중 8권은 이런저런 경로로 읽었으니 11권을 읽지 않았는데, 지금 가장 읽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듀나의 단편집들과 나카타 에이이치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였습니다. 물론 다른 책들 모두 구해봐야겠지만 우선 이 책들부터 구해봐야겠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이렇게 장르문학에 대한 소개가 맛깔나게 된 에세이집은 따로 찾아보기 힘든데, 알라딘에서 멋진 기획을 선보여 준 것 같습니다. 무료이니 만큼 장르문학을 좋아하신다면 한번씩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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