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박수를 치는가? - 고바야시 도모미치 지음, 임정은 옮김/다반 |
동물의 본능이나 습성, 행동의 특성이나 의미, 진화 등을 비교·분석하여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동작과 행동 심리를 풀어낸 과학 에세이.
당연한 습관과 같은 동작, 행동, 심리를 꽤나 그럴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우선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길을 걸을 때 여성은 안쪽, 남성은 바깥쪽에서 걷는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진화적 적응으로서의 성차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인간이 박수를 치는 이유는, 박수에는 우호적이고 친화적인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호의 감정과 박수의 높은 고음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인데, 부모들이 아기에게 말을 걸 때 의도적으로 목소리의 음정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네요. 아기는 높은 목소리를 들었을 때 웃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하고 말이죠. 낮은 목소리는 적의, 높은 목소리는 친근하고 온화한 감정을 나타낸다는 것은 사람말고도 많은 동물에게서 확인된 것으로, 운동경기에서의 응원도 고성이며 콘써트장이나 운동경기장에서 부는 호각 역시 같은 이치랍니다. 반대로 선수에게 불만이나 적의를 나타낼 때에는 신발로 바닥을 울리거나 우우하고 야유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요. 옳거니! 정말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선글라스를 쓰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건방져 보이는 이유도 재미있어요. 상대방의 언동에 따라 표정과 자세가 바뀌는데 선글라스를 쓰면 눈과 눈 주위의 상태 변화가 보이지 않게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하는 메시지가 은연 중 전달되는 것이라는군요. 즉, 당신은 내가 굳이 에너지를 쓸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뜻.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팔에서 힘을 뺀 자세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인데, 윗사람은 작은 에너지를 쓰고 아랫 사람은 큰 에너지를 쓴다는 보편적 동작의 규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건방져 보인다고 합니다.
그 외에 선글라스는 포커페이스 전략과 동일하게, 표정을 감춰 강한 상대로 보이게 만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는 팔꿈치가 밖으로 휘어지면서 어깨가 부풀어 올라 상대방을 위협하는, 위압감을 주는 자세가 되는 것도 이유라네요.
언어가 발전한 것은 다채로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남성이 여성의 인기를 끌기 쉬웠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새로왔습니다. 여성의 인기를 끌면 그 남성의 특성이 그만큼 많은 자식들에게 계승되어 호모 사피엔스 공통의 특성이 된다는데 참 신선한 이론이었어요.
이렇게 사람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 행동하는 동물이라는 전제로 설명되는 것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오래 전에는 수렵에 능한 남성이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먹이 획득 대신 돈, 즉 사냥을 잘하는 이성대신 재산을 많이 가진 이성이 그만큼 여성의 인기를 끄는데 유리하다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이것이 순위를 높이고 싶은 심리로 이어져 출세에 목을 매게 된다는 것이죠. 돈이나 좋은 이성 획득 용이하니까요.
데이트 중 한눈 팔기도 마찬가지. 남성만 그러는 이유는 짝을 찾는데 있어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최우선이나, 남성은 여성의 용모와 젊음이 우선순위가 높기 때문이에요. 여성은 임신과 육아 기간에 자신을 원조해 줄 남성과 짝을 이루어야 하지만, 남성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임신하기 쉬우며 안전할 출산할 가능성높은 여성 다수와 성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고요. 아~ 이건 역시나 유전자가 남자에게 시키는 행동이었어!
그 외에도 상사와 부하와의 관계를 상사는 상사 자신의 이익 증대 방향으로 행동하는 부하를 우대하고, 부하도 상사의 이익 증대 의도를 어필하는 것으로 풀어낸 것도 인상적이에요. 구체적으로 상사의 에너지를 조금만 소비하고, 부하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 상사의 희망을 이루어 주려고 하는 상황, 예를 들어 상사가 차를 내릴 때 문을 열어주거나, 복도에서 길을 양보하거나, 농담에 박장대소하거나... 존댓말이 더 긴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글솜씨도 좋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라 그런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들이 대다수라는 것이죠. 저자 스스로도 대부분의 내용을 "가설"이라고 하고 풀어나가고 있고요. 또 책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설명에 딱히 도움도 안되는 기묘한 일러스트들과 읽기 거북하게 편집된 책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도 단점이 책의 가치를 폄하할 정도는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근거는 없지만 이러한 이론도 있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것 같아요. 알라딘을 찾아보니 절판되었던데, 책의 디자인을 일신하여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여튼, 구해보실 수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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