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교실 -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민음사 |
표제작을 포함하여 3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 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 여류 작가의 작품이구나!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특히 고이케 마리코나 가쿠타 미쓰요가 연상되었습니다. 일상 생활 속 악의와 살의를 디테일한 심리묘사로 그린 소품들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차이점이라면 모든 작품들이 일종의 "성장기"라는 것인데 그 외에는 많이 비슷했습니다. 때문에 비교될 수 밖에 없는데 범죄물적인 재미는 고이케 마리코보다 못하고 일상 속 서늘한 심리묘사는 가쿠타 미쓰요보다 못한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딱 세편만 실렸다는 점에서 풍성함도 부족하고요.
그래도 <풍장의 교실>만큼은 확실한 수작일 뿐더러 <제시의 등뼈>를 제외한 두편의 이야기는 그래도 나름 극적 반전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는 있었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일본 여류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풍장의 교실>
잦은 이사를 통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주변에 녹아드는지를 깨우친 주인공 소녀가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나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그린 작품.
주인공 소녀 모토미야 안의 1인칭 심리묘사가 엄청나게 디테일하고 집요해서 읽으면서 내내 동화하게 만드는 솜씨가 발군으로 특히 왕따를 당하는 과정의 몰입감은 장난이 아닙니다. "악의"라는 것을 이렇게나 구체화시켜 묘사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할 뿐이에요. 안이 왕따를 설명하며 그냥 가려운 느낌, 누군가가 긁고 그러면 정말로 가려워져서 또 긁고 더는 참을 수 없어져 일제히 손톱을 세운 뒤 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이유도 모른채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겠죠.
또 단순한 왕따 이야기가 아니라 극적 반전을 갖추었다는 매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모든 것을 이겨낸 뒤 오히려 "경멸"을 무기로 반격한다는 결말이거든요. 더욱이 왕따의 원인이 된 특정 선생님의 애정을 오히려 이용하여 자신의 매력을 더욱 어필한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안의 편인 듯 싶지만 딱히 행동을 보여주지는 않는 "악코"라는 학생의 존재는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고 이런저런 곁가지 이야기로 길어진 감은 없잖아 있으나 충분한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나비의 전족>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함께 했지만 그녀의 배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있던 소녀가 친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를 만나고 육체 관계를 가진 뒤 벌어지는 파국과 그 이후 이야기를 다룬 작품.
<풍장의 교실>과 마찬가지로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지는 작품. 심리묘사는 역시나 대단하나 너무나 완벽한 친구 에리코를 차버리기 위해 (?) 남자와의 관계를 선택한다는 것이 별로 와닿지는 않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히토미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가치없게 내버렸는지 말이에요....
마지막에 "친구"가 아니라 정말로 "이성"으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괜찮았는데 설명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제시의 등뼈>
좋아하는 남자의 아이 제시를 돌봐주게 된 코코의 이야기.
애정없는 부모 아래에서 어리광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제시, 그리고 아이없이 남자와의 애정만으로 살아가는 코코의 대립과 성장, 관계회복이 그려지는데 뭐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제시라는 아이의 등뼈가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마지막 부분이 살짝 감동을 주지만 워낙에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말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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