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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1

로보캅 - 호세 파디야 : 별점 1.5점

[블루레이] 로보캅 : 일반판 - 4점
호세 파디야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20세기폭스

부패 경찰과 유착관계에 있던 갱단을 수사하던 알렉스 머피는 갱단의 음모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마침 로봇 허용 법안을 미국 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옴니코프사는 머피를 로봇으로 되살릴 것을 제안하여 그를 "로보캅"으로 부활시키는데...

역시나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본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전 오리지널 "로보캅" (1편)을 대한극장에서 관람한 세대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전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죠. 후속편들이 착실히 말아먹기는 했지만 1편만큼은 당대의 마스터피스 SF 액션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의 리부트 작품은 솔직히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어도 화려한 액션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및 나름의 현실 비판 의식까지 더해졌던, 암울한 분위기의 원작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공개되었던 얄쌍한 로보캅의 디자인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보다는 괜찮더군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라는 말에 충실하게 아예 설정부터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로봇을 팔아먹기 위해 로보캅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발상만큼은 그럴듯 했고, 액션도 꽤 볼만했어요. 사무엘 잭슨이 맡은 "팻 노박"이라는 기업 친화적인 앵커의 TV쇼 장면은 원작의 현실 비판을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보여주고요.

허나 문제는 제 기대치가 너무 낮았다는 것이겠죠... 그 외 문제가 너무 많아서 도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우선, 스토리라인이 많이 부실합니다. 로보캅이 인간성 때문에 로봇보다 못한 성능을 보이자 약물로 인간성을 최대한 억제한 좀비 같은 존재로 만들지만, 갑자기 인간성을 되찾아 복수에 나서는 과정과 노튼 박사가 옴니코프와 협상하다가 갑자기 로보캅을 도와주게 되는 과정 등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부족하거든요. 옴니코프사가 로보캅을 폐기처분하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원작에서 좋았던 설정과 장면을 모두 날려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이미 죽은 인물이 되어 가족과 헤어진 원작에 비해, 리부트 버전은 가족이 여전하고 존재 자체가 남아 있다는 차이점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롭다는 감정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 즉 "제조사 직원에게는 총을 쏠 수 없다"는 코드가 내장된 상태에서 한방 날리는 장면만큼은 원작("You're fired!")이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리부트 버전에서는 그냥 정신력으로 쏴버릴 뿐 뭔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 건 하나도 없는 탓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듯 원작의 묵직했던 아날로그 느낌 대신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얄쌍한 로보캅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특촬물에 나오는 우주형사 느낌이랄까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씬은 그야말로 우주형사더라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근미래 SF 액션물일 수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좋은 점은 다 날려버리고 현대적인 감성과 특수효과로만 접근한 리부트 실패작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네요. 감독이 나름 노력한 느낌은 들지만 뭔가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 걸친 어중간한 영화였어요. 이럴 거라면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처럼("프로메테우스"는 리부트는 아니고 프리퀄 개념이긴 하지만...), 폴 버호벤 감독 본인에게 리부트를 시키는게 좋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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