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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일곱 번 죽은 남자 - 니시자와 야스히코 / 이하윤 : 별점 3점

일곱 번 죽은 남자 - 6점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북로드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히사타로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하루를 아홉번 반복해서 겪게 되는 것. 의도도 아니고 원리도 모르지만 히사타로는 그것을 "반복 함정"이라고 부른다.
한편 히사타로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막내 이모와 대립하고 있는데 후계자가 누구인지 알려질 할아버지 댁에서 열리는 신년회에 모든 가족이 참석하게 된다. 모처럼 술을 많이 마신 히사타로는 집에 가는 차를 탔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아침 그는 다시 할아버지 집에서 눈을 뜨고 "반복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날은 어제와 다르게 할아버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아홉번의 반복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작전을 짜지만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는 과연 할아버지의 살해를 막을 수 있을까?

그간 격조했습니다. 장기간 출장을 갔다오는 바람에... 정말 오랫만에 리뷰 올립니다.
이 작품은 만화 <탁 & 타카치 시리즈>로 접해보았던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알려져 있죠.

사실 타임 루프를 다룬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많이 존재했습니다. <도라에몽>에서는 숱하게 반복된 소재이기도 하고 작가 본인도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명확하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전개를 갖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해당 규칙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1. 반복 함정은 아홉번 반복되고 다음날로 이어진다.
  2.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도 "오리지널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결국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규칙을 통해 하시타로가 할아버지의 살해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작품 내에서 설정되어 있는 후계자 선정과 맞물려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특히 하루 일상의 조그만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율에 대한 정교한 묘사가 발군이죠. 예를 들면 루나 누나의 귀걸이의 존재 같은 것이요.

추리적으로도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집을 방문한 가족들에게 이상한 의상을 강요하는 이유라던가 아침에 빨간색 색종이를 찾는 이유, 범인들이 호접란 화분을 흉기로 쓴 이유, 할아버지의 일기 등의 디테일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반복 함정"의 맹점이자 오류를 해결하는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에요. 하시타로가 죽었을 가능성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 외에도 작품이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묘사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확실히 어렵긴 합니다. 결국 "범인이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은 탓이 커요. 하시타로가 범인이 누군지를 이미 알고 있어서 범행을 막기 위해 노력해도 원래의 결과로 회귀하기 위하여 또다른 인물이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중 하시타로가 결국 누군가 다른 인물이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너무 늦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무의미한 노력을 너무 반복했달까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반복 함정" 때문에 하시타로가 30세 정도의 정신연령을 갖췄다고 해도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참 연상인 도모리씨가 사랑에 빠진다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모리씨의 감정과 고백이 반복의 와중에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기도 한 만큼 무난하게 하시타로를 대학생 정도로 설정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이색적인 타임 루프 SF로 <타임리프>와 비스무레한 분위기인데 읽히는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한 가작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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