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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8

도깨비불의 집 - 기시 유스케 / 이선희 : 별점 2점

도깨비불의 집 - 4점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시작

기시 유스케의 단편집입니다.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편으로만 잘 알려진 기시 유스케가 단편집을 출간했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이 "유리망치" 의 에노모토와 준코 콤비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주저 없이 집어 들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읽고 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선,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이 부족했습니다. 수록된 4편의 중·단편 모두 트릭이 별로였으며, 작품 전체의 테마인 '밀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트릭이 다소 부족하다면, 이야기나 캐릭터의 매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유리망치"에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괴도 탐정' 에노모토와 츤데레 변호사 준코 콤비도 이 작품에서는 표면적인 묘사로만 일관하며 개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시 유스케는 본격 추리보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강점으로 하는 작가라 그런지, 이야기의 길이와 묘사가 제한되는 단편에서는 매력이 반감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유리망치"도 본격 추리적인 측면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었죠.) 미치오 슈스케처럼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깨비불의 집

나가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지역 유지인 니시노 마사유키의 딸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출동한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집이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첫 발견자인 니시노를 주요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에 니시노의 변호사는 '밀실' 사건의 권위자로 알려진 준코 변호사를 초빙하고, 준코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이전 사건의 진짜 해결사였던 에노모토를 호출하는데...

범인이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도망갈 수 없는 완벽한 밀실 사건이 등장하는 표제작으로, "유리망치"처럼 다양한 가설이 등장하고 이후 진상을 밝혀내는 전개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인 측면에서는 개운치 않았습니다. 경찰이 화장실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점, 밀실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인 점, 그리고 용의자가 특정되어 있어 증거 없이도 '심문'만으로 진상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았습니다. 동기도 억지스러웠고요.

오히려 에노모토가 제시한 가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는 점도 감점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설이나 캐릭터의 매력은 그나마 살아 있는 편이라 평작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검은 이빨

준코는 의뢰인 후루미조와 함께 사고로 죽은 구와시마의 애완동물 사육용 별장을 방문한다. 구와시마가 키우던 거미를 관리하고 후루미조의 거미를 받아오기 위한 것이었지만, 구와시마의 미망인의 태도와 그의 사망 사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된 준코는 진상을 밝혀내기로 한다.

'거미'라는 설정 자체는 특이하지만, 트릭이 너무나도 별로였습니다. 일반인이 과연 이런 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졌고, 애초에 이렇게까지 해서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거든요. 게다가 에노모토의 '가설'도 별로였기에, 준코가 혼자 활약하는 점 외에는 건질 것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장기판의 미궁

밀실에서 살해당한 프로 장기 기사 신페이 5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에노모토를 부른다. 장기 팬이기도 한 에노모토는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진상을 눈치채게 된다.

밀실 트릭이 너무나 어이없는 수준이라 황당했던 작품입니다. 이런 유형의 트릭은 "노란 방의 비밀"에서부터 수없이 등장했던 것이지만, 그마저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않았습니다.

범인을 특정하는 과정도 어설펐습니다. 체인에 피해자의 혈흔과 손자국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이렇게까지 사건이 꼬일 이유도 없고요. 경찰이 조금만 수사를 진행했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됩니다.

다행히도 '장기'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그에 따른 범인의 동기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운 편이었지만, 그것이 본격 추리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개는 알고 있다

연극 극단의 극단주 헥터가 살해된 사건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사야카는 진상 규명을 위해 준코를 찾아온다. 준코는 헥터의 자택 앞에 모인 극단원들에게 진범을 밝혀낼 것을 선포하고, 에노모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왁자지껄한 블랙 코미디이며, 설정과 전개는 연극에 가까운 작품.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돈류고'라는 개가 만들어낸 밀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밀실 트릭은 에노모토의 말처럼 '너무나 손쉬운' 간단한 트릭이었습니다. 동기가 너무나 확실한 용의자가 있어서 사건 해결도 쉽고요.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유쾌하고 독특한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기존 기시 유스케의 작품과도 사뭇 다른데, 이런 작품도 잘 쓰는 작가라는게 놀랍더군요. 적절한 분량도 마음에 들었고요. 평작 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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