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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하드보일드 에그 - 오기와라 히로시 / 서혜영 : 별점 3점

하드보일드 에그 - 6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모가미 슌페이는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에 심취하여 탐정이 된 33살의 독신남이다. 위험한 범죄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터프한 사립 탐정을 꿈꾸지만 업무의 80%는 동물 관련 일이었다. 지루한 삶을 타개하기 위해 비서를 뽑았는데, 80세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 아야가 자신이 채용되었다 우기며 모가미의 탐정 업무에 끼어든다...

"벽장 속의 치요"로 접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입니다. 이전에 한 일본 잡지에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에 대한 평이 좋았던 것이 기억나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가미 슌페이가 하드보일드를 추구하는 얼치기 탐정으로서 살아가는 부분과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 동물 찾기가 펼쳐지는 전반부. 그리고 모가미의 친구이기도 한 가츠유키의 장인을 살해한 개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후반부로요. 전반부가 '하드보일드를 추구하지만 어설픈 주인공', '80세는 되어 보일 법한 정체불명의 파트너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이라는 요소로 유머러스한 부분이 강하다면, 후반부에서는 '탐정 업무의 디테일과 추리적인 요소'를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모가미 슌페이와 아야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유머 요소는 확실합니다. 시종일관 읽으면서 웃음을 멈출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립 말로우를 동경하여 사립탐정이 되었지만, 실상은 집나간 동물 찾기 전문이라는 모가미 슌페이라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 근본적으로 착하고 성실한 인물이거든요. 슈퍼 히어로를 추구하지만 실상은 찌질이에 불과한 "킥 애스"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후반부의 살인사건에서 이어지는 하드한 추리 요소도 괜찮습니다. 동기도 확실하고, 트릭과 밝혀지는 진상도 이치에 합당한 편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에서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도 잘 느껴집니다. 필요할 때는 화끈하게 달려주는 편이라, 일본식 하드보일드에서 많이 보이는 액션도 충분했고 (주로 모가미 슌페이의 도주가 중심이지만...) 친구들 간의 우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도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깜짝쇼 수준의 반전은 하드보일드 작품에서 자주 보아왔지만, 이 작품에서의 반전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추리적으로 억지스러운 점이 있고, 진범과 진상을 알게 되는 과정이 순전한 우연에 불과했다는 약점이 있기는 합니다. 모가미 슌페이에 비해 아야 할머니의 캐릭터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마지막 위기 탈출 과정에서의 해결 방식도 다소 작위적이었고요. 또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던 만큼, 정리나 수습은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할머니의 정체가 밝혀지는 결말은 살짝 감동적이기도 했고요. 작가의 초기작으로 보이는데 (데뷔는 1998년, 이 작품은 1999년작)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힘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모가미 슌페이가 마음에 들어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나 2007년에 "서니사이드 에그"라는 후속작이 출간되었더군요. 후속작도 국내에 빨리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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