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에그 -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
모가미 슌페이는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에 심취하여 탐정이 된 33살의 독신남이다. 위험한 범죄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터프한 사립탐정을 꿈꾸지만 업무의 80%가 동물관련 업무. 지루한 삶을 타개하기 위해 비서를 뽑았지만 80세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 아야가 자신이 채용되었다 우기며 모가미의 탐정 업무에 끼어든다...
<벽장속의 치요>로 접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입니다. 이전에 한 일본 잡지에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에 대한 평이 좋았던 것이 기억나 구해 읽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가미 슌페이의 하드보일드를 추구하는 얼치기 삶과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 동물 찾기가 펼쳐지는 전반부와 모가미의 친구이기도 한 가츠유키의 장인을 살해한 개를 찾고 그 진상을 밝혀내는 후반부로 말이죠. 전반부가 '하드보일드를 추구하지만 어설픈 주인공', '80세는 되어보임직한 정체불명의 파트너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 이라는 요소로 유머스러운 부분이 강하다면 후반부에서는 '탐정 업무에서의 디테일과 추리적인 요소' 를 강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일단 모가미 슌페이와 아야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유머 요소는 정말 확실합니다. 시종일관 읽으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요. 개인적으로는 필립 말로우를 동경하여 사립탐정이 되었지만 실상은 집나간 동물 찾기 전문이라는 모가미 슌페이라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더군요. 뭔가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 근본적으로 착하고 성실한 인물이거든요. 슈퍼 히어로를 추구하지만 실상은 찌질이에 불과한 킥 애스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유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후반부의 살인사건에서 이어지는 하드한 추리 영역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동기도 확실하고 트릭과 밝혀지는 진상도 이치에 합당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으며 유머러스한 분위기에서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것도 좋았거든요. 달려줄때 화끈하게 달려주는 편이라 일본식 하드보일드에서 많이 봄직한 액션도 충분하고 (주로 모가미 슌페이의 도주가 중심이지만...) 친구들간의 우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이 존재한다는 것 등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깜짝쇼 수준의 반전은 하드보일드 작품에서 많이 보아왔던 것인데 이 작품에서의 반전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놀랍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물론 추리적으로 억지스러운 점이 있고 진범과 진상을 알게 되는 것이 순전한 우연에 불과했다는 약점이 있기는 합니다. 모가미 슌페이에 비해서 아야 할머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마지막에 위기를 탈출하는 순간에서의 매듭풀기 등 작위적인 요소가 많았다는 것도 할머니의 비중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아울러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건 많은데 정리나 수습이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듯 싶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할머니의 정체가 밝혀지는 결말은 살짝 감동적이기도 했고 말이죠. 작가의 초기작으로 보이는데 (데뷰는 1998년, 이 작품은 1999년작)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힘이 넘치는 모습이 좋았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모가미 슌페이가 마음에 들어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나 2007년에 <서니사이드 에그>라는 후속작이 출간되었더군요. 후속작도 국내에 빨리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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