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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마이클 코넬리 / 조영학 : 별점 2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는 운 좋게 거물 부동산 업자 루이스가 한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했다는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미키 할러는 루이스가 무죄라는걸 확신하여 변호에 임했지만, 어느 순간 루이스가 유죄일 뿐 아니라 과거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루이스에 의해 조사원 라울이 살해당했고 유력한 증거마저 빼앗겼을 뿐 아니라, 라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는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루이스는 이런 미키 할러를 협박하여 자신의 변호에 힘을 쏟게 만드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청난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입니다.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었고요. 작가가 생각했던 멋진 트릭과 설정을 아낌없이 쏟아붓기 때문에 시리즈의 경우는 첫 작품이 가장 뛰어난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전에 읽었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기억도 좋아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완독했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별로였습니다. 일단 미키 할러 캐릭터부터가 별로에요. 정의로운 변호사와 악덕 변호사 사이의 애매한 무언가로 그려져 있거든요. 조금 자세하게 설명드리자면, 미키 할러는 의뢰인들이 죄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무죄로 풀려나게 만드는데 빼어난 능력을 발휘하는걸로 묘사됩니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고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으로, 나 역시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지 않는다" 면서요. 이 과정에서 "돈이 없으면 죄를 짓지 말라"며 엄청난 돈 욕심도 부립니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의뢰를 받아들일 때 그가 무죄임을 확신하고 변론에 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던대로 법의 헛점을 찾아내어 의뢰인을 빼내면 그만이지요.
같은 이유로 루이스가 연쇄 살인범이고, 미키 할러가 과거 사법 거래를 유도해 징역을 선고받게 만든 지저스 사건의 진범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저스는 돈이 없었고, 루이스는 돈이 많으니까요. 피고만 풀려나게 해 주고 돈만 벌면 되지요.
게다가 앞서 여러 명의 마약 사범들을 무죄로 풀려나게 하는데에는 일말의 주저도, 양심의 가책도 보이지 않으면서 루이스에 대해서만 정의감을 불태우는 것도 앞 뒤가 맞지 않았어요. 이를 미키의 부친 말을 인용하면서 '무고한 사람'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식으로 포장하고는 있는데 이 정도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물론 루이스가 라울을 살해했기 때문에 복수심을 갖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는 미키 할러가 불필요한 정의감을 불태워 루이스의 뒷조사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즉,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 것이지요.
그 외 다른 캐릭터들도 별로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변태 연쇄 살인마 루이스에 대한 설정이라던가 미키 할러와 전처이자 검사 매기와의 관계 등도 진부했습니다. 특히나 루이스의 경우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 숱하게 등장해왔던 두뇌파 연쇄 살인마들과 흡사했을 뿐더러, 다소 뜬금없이 살인마라는게 밝혀져서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설득력있게 그려냈어야 했습니다.

이야기도 작위적인 전개가 많아서 잘 짜여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루이스가 진범이라는걸 알아차리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미키 할러는 옛 의뢰인 지저스 사건의 피해자 마사 렌테리아와 루이스 사건의 피해자가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는걸 알아채고 루이스가 진범이라는걸 확신합니다. 허나 두 피해자가 그렇게 닮았다는 것 부터가 비상식적이고 작위적이에요. 루이스가 미키 할러의 총을 훔쳐 라울을 살해할 때 사용했다는건 작위적인 설정의 끝판왕 격입니다. 총은 루이스가 미키를 옭아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만약 미키 할러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루이스는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미키 할러를 협박할 생각이었을까요?
미키 할러의 작전도 치밀하지 못합니다. 고작해야 법정에서 밀고자의 입을 빌어 루이스가 과거 살인을 저질렀다는걸 드러내는 정도인데, 그 밀고자의 증언이 허술하다는건 이미 법정에서 미키 할러 자신이 증명해 버립니다. 경찰이 이 증언으로 보강 수사를 벌일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유력한 용의자였던 지저스가 사법 거래를 통해 이미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걸 자백해버렸는데, 경찰이 다시 수사에 나설만큼 한가할리도 없고, 심지어 담당 형사는 미키 할러를 미워하기까지 하는데 왜 다시 수사를 벌일까요?
루이스의 범죄 행각도 왜 진작에 체포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대충이었습니다. 루이스는 CCTV에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히 피해자를 찾아가거든요.

그나마 전자 발찌로 모든 행적이 추적당하는 루이스가 어떻게 라울을 살해했는지? 에 대한 트릭은 하나만큼은 괜찮았습니다. 루이스의 어머니가 대신 범행을 저질렀다는 거지요. 상당히 설득력이 높을 뿐더러, 라울이 죽기 전 손가락으로 남긴 다이잉 메시지 - W, 즉 여자가 범인이다! 라는 것 - 와 연결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점들이 더 많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킬링 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영상화가 되었으니, 소설보다는 영상화된 버젼을 보는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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