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D Iff 증명종료 18 -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아래 리뷰에는 트릭과 진상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령의 집>>
토마와 가나는 200여년을 이어온 송씨 가문의 유언장 개봉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토마의 대학 동창인 장남 송지안의 아들 하오유의 부탁 때문이었다. 하오유는 아버지가 가문의 정령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송지안이 가문의 기반을 닦았던 해운 부문을 매각하려 해서, 일족 대부분의 반발을 산 탓이었다. 과거에도 가문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던 당주가 무려 3명이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살해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송지안이 잠겨져 완벽한 밀실이었던 별채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송지안이 당주가 사용하는 별채에서 죽었다는건, 송지안이 가문의 당주가 되었다는걸 알고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송지안이 당주가 된 건 사건 직전에 있었던 유언장 개봉 이후에 확정된 사실입니다. 즉, 범인은 유언장 개봉 행사에 참석했거나, 곧바로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가문 내 사람이라는게 분명합니다.
트릭의 기본 아이디어는 괜찮았어요. 범인 송즈하오가 자기가 우연히 갇힌 것처럼 보였던 방 안에서 송지안을 살해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시체를 옮기는 과정이라던가, 별채 문을 부술 때 문 앞에 놓여져있던 천구의가 떨어져 망가졌는데, 범인이 그 틈에 열쇠 꾸러미를 던져넣어 원래부터 별채 안에 있던 것 처럼 속였다는 트릭은 많이 유치했습니다. 여러모로 성공하기 어려워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령이 범인인 것 처럼 꾸미기 위해 밀실을 만든다는게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지금이 19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떠올림직한 방법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트릭보다는 송지안이 죽기 직전, 송즈하오의 계획을 알고 최후의 힘을 짜내어 신발을 밀실 의자에 감췄다는 결정적 단서, 그리고 송씨 가문 일족 모두가 송지안을 없애기 위해 협력한게 아니었을까라는 토마의 생각이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평작 수준은 됩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학원제 조곡>>
토마와 가나가 다니는 학교에서 5일 뒤에 열릴 문화제를 앞둔 준비기간이 시작되었다. 문화제에는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영국 대사가 참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화제 준비 와중에 정체 불명의 남자가 학교에 나타났고, 주차장에서는 '카와지마님"이라는 기묘한 팻말이 놓여졌다. 과학실에서는 표본이, 면담실에서는 전시가 사라져 버렸으며, 미술부원들도 무언가를 숨겼고, 검도부 행사장에서 준비했던 사진 패널이 부서지는 등의 괴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심지어 화재 사건까지 일어나는데...
언제나 평균은 해 주는 Q.E.D의 학원 배경 일상계 추리물. 일상계라고 보기에는 다소 강력 사건(?)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상계스럽습니다. 토마가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시간을 들여서 측정해가며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장면처럼 말이지요. 아주 귀여웠어요. 가나가 영국 대사에게 차를 대접하는건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토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도 멋있었고요. 그 때에는 별 것 아니었더라도, 수십년이 지나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건데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이런저런 수수께끼들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어요. 미술 부원들이 숨겼던건 술이었습니다. 술장사를 하는 부원 아버지가 영국 대사에게 보여주라며 챙겨준 것이었는데, 당연히 고등학생이 술을 가지고 오면 안되니 숨겼던 겁니다. 카와지마님이라는 팻말과 면담실, 부실 증축이 예정되었던 학교 토지와 관련되었던 일련의 사건은 모두 도의원 카와지마를 노린 사기 사건과 관계된 것이었고요. 사기범들은 카와지마에게 학교 땅을 자기들 것인양 팔 속셈이었던겁니다. 그래서 카와지마를 학교로 초대해서 학교 관계자인 것 처럼 연극을 꾸몄던 것이지요. 문화제라서 사람 출입이 자유로운 상태가 된 걸 노렸다는데, 영국 대사가 방문한다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조금 약했지만요.
무엇보다도 과학실에서 표본을 훔쳤던 사건이 괜찮았습니다. 표본을 훔치려다가 진열되었던 유리 상자를 깼던 범인이, 순간적으로 밖에서 돌이 날아들어 창이 깨진거라고 둘러댔는데, 가나가 찍었던 사진에 과학실 유리창이 멀쩡한게 드러나 있어서 패널을 파괴했던 겁니다. 범인의 순간적인 기지도 괜찮았고, 이게 사진 훼손 사건과 이어지는 전개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기본은 해 주는 Q.E.D 일상계의 한 편린은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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