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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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엔을 받고 사가와의 누명을 벗겨준 우라주메는 추가요금 5만엔으로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약속하고, 사가와와 유나는 그것을 수락하는데...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신진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데뷰작.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죠. 작년에 출간되어 이런 저런 곳에서 평이 좋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전 황금기 본격물의 엄청난 팬이기도 하고요.
일단 작가의 별명이 허명은 아니더군요. 저는 본격물이라면
- 근사한 트릭이 등장해야 함
-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공유되는, 일견 사소해보이는 단서들로 사건이 해결되어야 함
- 트릭과 사건의 해결은 탐정의 추리를 통해야 함
특히 탐정인 우라조메가 정말로 사소해보이는 단서들 - 화장실에 버려진 우산, 젖지 않은 포스터, 주머니에 넣었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유류품, 바로 재생되는 DVD 플레이어 등등등 - 로 추리하는 과정이 대단합니다. 논리적일 뿐 아니라 이치에 합당해서 무릎을 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에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벌이는 추리쇼 역시 고전 본격물에 등장하는 그것이고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 트릭도 현실적이고 그럴싸해서 재미를 더해 줍니다. 장벽이라고 생각했지만 원래는 운송수단이다! 라는 것인데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어요.
앞부분 프롤로그에서 일종의 서술 트릭과 같은 재미를 주는 것도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백합니다. 우선 사건의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게 큰 문제에요. 고등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죠.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컨닝한게 들켰다고 사람을 죽인다는 동기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져요. 범인이 아사지마를 살해하고 증거를 회수했다 치더라도 아사지마가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전무하고요. 대표적으로 작중에서도 아사지마가 이전에 하리미야의 범행을 촬영한 것은 부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잖아요?
게다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밀실 및 기타 증거는 계획적인게 아니라 대부분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밀실이 된 것은 미호가 아사지마의 부탁으로 오른쪽 공간에 숨어있던 것이 시발점이었고 (하필이면 가장 약한 미호에게 부탁한 것도 에러고), 연극부가 일찍 도구를 옮겨 오지 않았다면 성립되지 않는 밀실이죠. 아울러 미호가 문에서 나와 문을 두드리고 달아나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다는 마지막 증언도 맹점이에요. 만약 미호가 숨어있지 않았다면 그 문으로 마사키가 나오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을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완전범죄도 뭐도 아니죠. 이러한 점에서 정교하게 잘 짜여진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처음에 사가와가 미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 역시 구태여 사건을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덧붙여 캐릭터의 매력도 많이 부족해요. 우라조메가 천재 오타쿠라는 것은 특이할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수십년 전에 등장했던 재수없는, 잘난척하는 천재 명탐정과 다를게 하나도 없거든요. 예컨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이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읆는 것과, 우라조메가 만화 대사를 인용하는 것의 차이는 출처의 차이일 뿐 동일하다는거죠. 이런 천재형의 잘난척 대마왕 명탐정은 정말 싫어하는데 2010년 이후 또 보게될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고전 본격물의 얼개에 만화적인 설정을 덧붙여 꽤나 그럴듯한 본격물을 창조해낸 역량과 아이디어는 대단하지만 잘 만들어진 본격물이라고 보기에는 앞서 말했듯 단점도 많습니다. 그래도 고전 본격물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야말로 "정통" 추리물이니까요. 데뷰작인 것도 감안해야 할 테고요. 후속작을 기대해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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