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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펠루시다 1, 2 -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박들비 : 별점 1.5점

펠루시다 1 - 4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새파란상상
펠루시다 2 - 4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새파란상상

아주 오래 전,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여튼 그때 쯤 "지저세계 펠루시다"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작품입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파충류가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로요. 작년에 재간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가던 차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뻔하고 지루할 뿐더러, 완성도마저 낮아서 실망했습니다. 일단 주인공 데이비드 이네스가 페리 할아버지와 지저 세계로 모험을 떠난 후, "펠루시다"라는 지저세계에서 파충류 인간 마하족과 그들의 수하인 야수인간 사고스족에 대항한다는 내용은 한치의 오차도, 반전도 없이 진행됩니다. 모든 드라마와 극적 긴장감은 순전히 "우연"과 "사고", 그리고 주인공 데이비드 이네스가 다이앤을 단신으로 찾아내려는 욕심과 실수로 생길 뿐입니다. 이 작자가 얼마나 황당할정도로 잘 사로잡히고 위험에 빠지는지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짜증이 나더군요.
또 데이비드가 지상에서 가져온 지식을 활용하여 사리족, 메조프족 등 펠루시다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세력을 규합해서 결국 모든 악을 물리치고 제국을 세운다는 전개도 너무 부실하고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우연과 운에 의지해서 아무런 긴장감 없이 술술 풀리기 때문이죠. 인생사가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게다가 초반에는 몇 십명 단위의 습격이 이어지는데 마지막 후자와의 대결전에서는 만명 이상의 적군과 맞서 싸운다는 식으로 파워 밸런스 조절도 실패하고 맙니다. 그냥 동네 싸움이 마지막에는 전국 군웅들의 대전으로 급작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인데, 전혀 와닿지 않더라고요.

이 모든 문제는 1인칭으로 이야기가 구술되는 형태 탓에 더 커진 듯 싶기도 합니다. 동네 아저씨가 생각나는대로 주워섬기는, "내가 있잖아, 왕년에 군대에서 월드컵 나가서 골을 넣었고 어쩌구~" 같은  군대 시절 무용담 느낌이거든요. 현실성, 설득력은 전무하고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운 허황된 이야기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유치한 내용은 인해 아동용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린 시절 읽었을 때 충격받았던 마하족의 식인 잔치라던가 산채로 해부하는 등의 고어한 묘사도 등장하는게 황당합니다.

그나마 1부는 조금 낫습니다. 펠루시다에 대한 묘사와 설정이 비교적 탄탄한 덕분이에요. 중심의 핵이 일종의 태양처럼 변해서 해가 지지 않으며 다양한 고대 생물들이 공존하는 "현재"의 세계 펠루시다. 그곳의 주민들인 파충류 마하족과 고릴라 인간 사고스족, 인간인 샤리족과 메조프족 및 데이비드가 다이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등장하는 그곳의 관습, 문화 관련 설정 및 묘사는 확실히 볼거리거든요. 데이비드가 맨몸이라 마하족, 사고스족을 상대하기 위해 활과 화살 같은 무기를 만드는 수준의 레벨업도 괜찮았고요.
허나 데이비드가 총을 비롯한 지상의 물건을 한가득 가지고 돌아가는 2부는 정말이지 건질 게 전무해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자신과 자신의 제국에 거역하는 모든 것을 힘으로 찍어누른다는, 전형적인 식민주의자 마인드가 엿보여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작가도 양심은 있었는지 뒷부분에 모든 생산물은 제국에 귀속되고, 돈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 오로지 원주민들의 가열찬 노동력에 기댄 허황된 이상향을 묘사하긴 했지만 뭐, 잘 될 리가 없죠. 이미 작중에서도 최초의 제국은 부족 간 싸움으로 와해되었다고 나오니 설득력이 있을 리 없잖아요?

한마디로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지난, 웬만한 초등학생이 쓴 것보다도 못하다 여겨질 정도의 유치하고 조잡한 작품입니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양판소는 이 작품에 비하면 거의 삼국지급이 아닐까 싶네요. 하기사 지금 읽은 제가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습니까... 별점은 1.5점입니다. 장르문학의 대단한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리즈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후속권이 출간될 확률이 낮다는군요. 당연한 일이겠죠. 잊혀진 작품을 복간해준 출판사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지금 시점에 팔릴 수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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