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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7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 이규원 : 별점 4점

작가의 수지 - 8점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 모리 히로시가 쓴, 제목 그대로 작가의 수지(收支)에 대한 책.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수지에는 두가지 뜻이 있더군요. 첫번째는 수입(收入)과 지출(支出), 두번째는 거래(去來)에서 얻는 이익(利益)입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는 후자입니다. 작가 데뷰 후 약 20여년에 걸쳐 278권의 책을 내 놓으며 155억원이라는 수익을 낸 과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실로 상세합니다. 글이 얼마에 팔리는지에서 시작하여 인세율로 대표되는 출간물에서의 이익이야 상식 선이지만 추천사, 대담, 인터뷰, 강연에서 미디어 믹스, 교과서와 시험 문제에 사용되는 경우까지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항목을 다루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 모든 것을 본인의 경험과 자료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내용 중 몇몇 재미있는 디테일은 인용하고 싶지만 왠만하면 이 책만큼은 직접 사서 읽으시기를 권해드리고 싶기에 그렇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되니까요. 아 정말 작가들은 복받았어요. 다른 전문 직종 중 이렇게 수익 관련 정보를 모두다 공개한 경우는 없잖아요?

또한 이러한 말 그대로의 '수지' 관련 내용 외에도 글 곳곳에 포함된 모리 히로시의 작가로서의 자세 역시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사실 보통 작가라면 1년에 장편 소설 한두권 내기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단편 소설 한편을 거의 6년동안 잡고 있기도 했고요. 허나 모리 히로시는 20년 동안 장편만 90편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평균 내자면 1년에 4.5권이죠. 책 속에 인용된 '수지'에 따르면 보통 원고지 1매당 고료가 5,000엔이고 장편 소설은 대략 400~600매 가량이니 연재만 된다면 대략 200만~300만엔의 수익이 난다고 합니다. 즉, 1년에 한편 정도 연재만 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책으로 출간되거나 미디어 믹스는 완전히 별개의 수익이기도 하고요. (일본 기준으로 연재가 전제이긴 합니다만)
허나 모리 히로시는 본인 스스로 다작을 통해 이 수익을 4.5배로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외의 책까지 합치면 매년 14권에 가까운 책을 내 놓았으니 거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원래 공대 교수라는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가외의 수익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모습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는 책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모리 히로시의 작가관과도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요약하자면 '소설 집필을 좋아하지 않지만 밥벌이니까 마지못해 쓴다, 하지만 독자에게 돈을 내게 만드는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창작자로서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맨 같아 보일 정도로 수지에 철저한 모습이죠?
그러나 수익을 위해서만 다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로서의 생명력을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쓰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은 바로 '첫 작품을 발표한 뒤 그 반응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반응 같은 걸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즉시 다음 작품을 집필해야 한다. 그것이 발표작에 대한 최선의 지원 사격이기도 하다." 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안 팔리던 시절의 스티븐 킹과 얼 스탠리 가드너도 힘든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소설 창작에 몰두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모리 히로시는 운 좋게도 첫 작품이 가장 대박이 난 작품이기에 나름 탄탄대로를 걸은 것일 뿐 결국 본질은 같아요. 돈을 벌려면, 성공하려면 계속해서 글을 써라! 155억원이라는 수익이 그다지 놀랍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노력한 것은 분명하니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이쪽 바닥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같은 책입니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허투루 듣기 어려운 프로 작가로서의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점 요소는, '일본' 의 현황이라는 것과 모리 히로시의 데뷰가 특출난 덕이 있었다는 것 뿐이에요. 진심으로 여러분들께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딱 4편 읽었는데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빼면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었습니다만, 에세이 류의 작품은 꽤나 읽을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덧붙이자면, 이 좋은 책은 출판사 북스피어의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응모하여 운 좋게 받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모리 히로시 표현대로 분석을 해 보자면 1시간 투자해서 12,800원짜리 책을 얻은 것입니다. 시급으로는 괜찮은 편이군요. 여튼, 편집자 마포 김사장님의 축하 포스트잇 처럼 '올 한해 수지맞는 일이 잔뜩 생겼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아마 아시겠지만 저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라도 혹평하는 리뷰어입니다. 이 책의 별점이 높은 이유는 이벤트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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