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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고려전쟁 생중계 - 정명섭 외 / 김원철 그림 : 별점 2.5점

고려전쟁 생중계 - 6점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북하우스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가 소개된 미시사 - 전쟁사 서적. 전작 <<조선 전쟁 생중계>>를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주저없이 읽어보았습니다.

최대 장점이라면 조선사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려사의 재조명일 것입니다. 특히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여러가지 전쟁, 전투의 디테일이 아주 좋았어요. 수록된 내용 중 그나마 좀 아는 전투는 강감찬 장군의 귀주 대첩 정도 뿐, 나머지는 정말 새롭게 안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몽골의 1, 2차 일본 원정에 대한 상세하게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 하다가 '카미카제'의 덕으로 운 좋게 살아났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태풍 덕이 큰 것은 맞지만 1차 원정 때에는 하카다 만에서 일본 무사 집단 고케닌의 심한 저항에 부딛힌 이유도 크다고 설명되거든요 총사령관이 철군을 주장할 정도로 말이죠..
2차 일본 원정 역시 가마쿠라 바쿠후가 해안에 방어벽, 즉 방루를 세운 덕에 상륙을 저지할 수 있었으며 무사들의 분전으로 방어선을 유지한 것이 침략을 모면한 결정적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 때에도 여기나 이후에 불어온 태풍이 원정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은 부인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그 전에 바쿠후와 고케닌, 일본군의 분전이 뒷받침 되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십중팔구 죽을게 뻔한 이키시마 지휘관으로 임명된 인물은 총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진자이부교 쇼니 쓰네시게의 아들이었다는 인선은 또 다른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본군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본받을 만한 점도 분명 있죠.

그리고 공민왕의 개혁 정책이 좌절된 계기인 홍건적의 침입과 왜구의 준동도 인상적인 항목입니다. 홍건적과 왜구 모두 단순한 도적의 무리로 알았는데 홍건적은 당시 북송 수도인 개봉을 점령하여 대송국을 세운 당당한 혁명군이었다는 것, 왜구 역시 5백척에 달하는 배로 침략을 해 올 만큼 그 수가 엄청났고 일본 영주로 볼 수 있는 패가대만호, 아기발도와 같은 장수들이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규군과 다름이 없었다라는 시각이 아주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전쟁 영웅들을 경계하여 숙청한 공민왕의 정책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게 된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던가, 이 때 이성계의 활약이 시작되었다던가 하는 소소한 뒷 이야기도 볼거리였고요.

그 외 조금 의외였던 것은 승리하거나, 또는 최소한 지지는 않은 그런 전투가 많다는 점입니다. 대승을 거둔 귀주 대첩 외에도 윤관, 척준경의 활약이 돋보이는 귀문관 전투, 여진족의 공격을 버텨낸 길주성 전투, 당대 최강 몽골군을 막아낸 충주산성 전투가 그러합니다. 대포로 왜구를 박멸한 진포, 황산 대첩도 대승에 속할테고요. 또 강제로 참전하게 된 몽골의 1,2차 일본 원정도 최소한 지지는 않았으니 수록된 10개의 전투 중 7개 항목이 그러합니다! 실제로 이 정도 승률이면 전투 국가라 불러도 좋을 정도죠. 하긴... 무신 척준경, 이성계가 활약한 나라에다가 무신들이 정권을 잡았던 나라이기도 하니 당연한 결과일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전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책의 구성부터가 문제에요. 실제 전쟁을 생중계한다는 본편의 컨셉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하거든요. 이러한 컨셉이 본문과 잘 맞아 떨어졌던 전작대비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또 전작에 비해 부족한 도판 (특히 지도)과 불친절한 설명도 문제에요. 고려의 전투가 주로 북방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지명이 별로 등장하지 않기도 한데 잘 모르는 단어나 지명은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지도 역시 실려있기는 하지만 내용과 묶어서 이해하기에는 지명, 구성의 복잡함으로 난이도가 제법 높은 편입니다. 여러차례에 걸친 원정과 전투가 반복된 경우는 순서대로 풀어내는 방식을 썼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 외 중간중간 오타도 제법 있는 등 완성도, 디테일 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잘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만큼은 좋았지만 완성도때문에 조금 감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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