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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 나나카와 카난 / 박춘상 : 별점 2점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 4점
나나카와 카난 지음, 박춘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키타자와 하루나는 아동 복지법에 근거해 설립된 아동양호시설 나나미 학원에서 일하는 2년차 신참 보육사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알게 된 학원생들의 이런저런 수수께끼나 비밀을 아동상담소 상담사 카이오, 친구 카논 등의 도움으로 풀어내고,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결책을 내 놓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아동 양호 시설을 무대로 이런저런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일상계 추리물. 이런 작품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아유카와 데츠야 상 수상작이라서 놀랐네요. 트릭의 기발함에 점수를 많이 주는 상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작품의 트릭은 그리 대단한건 없거든요. 그러고보면 2회 수상작인 가노 도모코의 <<일곱 가지 이야기>>도 이 작품과 유사한, 전형적인 소소한 일상계이기는 했지요. 고정관념이라는게 무섭네요. 반성해야겠습니다.
생각해왔던 아유카와 데츠야 상 수상작답다운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단순한 일상 속 사건들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앞서의 이야기 모두를 아우르는 진상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진상을 위한 소소한 단서의 삽입도 적절하고요.

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었어요. 사건이 너무 소소하고, 등장인물들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탓입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추리적으로도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별 것도 아닌 상황을 억지로 수수께끼처럼 만든게 많습니다. 이를 풀어내기 위한 단서도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고요. 특히 아동 복지법이라던가, 아동 양호 시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풀 수 없는 사건은 공정 여부를 떠나서 반칙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서 소개해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 1화 지금은 사라져버린 별빛도
중학생인 학원생 요코는 학원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말썽꾸러기였다. 어느날 별을 보면서 요코는 하루나에게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는다. 예전 자신을 지켜줬던 거칠었던 학원생 레이야가 나쁜 원생들을 수감하는 교호원으로 옮기자마자 죽었는데, 죽은 뒤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자기를 찾아와서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상담사 카이오는 요코가 본 레이야는 유령이 아니었다는걸 밝혀냈다. 레이나는 원래 몸이 약해서 요양 시설로 옮겨진 뒤 사망했는데, 공식적으로 옮겨진 날짜보다 뒤에 옮겨갔고, 그래서 죽기 전 요코를 우연히 찾아왔던게 진상이었다.

레이야가 이동한 날짜가 서류상 날짜보다는 뒤였을거라는 추리는 괜찮았어요. 입소 아동에 대한 행정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이런 시설에 대한 꼼꼼한 자료 조사도 돋보였고요.
문제는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는 추리하기 힘든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레이야가 원래 몸이 약했다는걸 추리하기는 힘들다는 점입니다. 몇몇 단서를 배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창백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과한 화장을 했다던가, 몸이 약한 탓에 '선수필승' 공격법을 익혔다는 등 억지와 비약이 대부분입니다. 곧 죽을 정도로 몸이 약한 아이가 선빵을 날린다고 여러 명을 대적한다는건 납득하기 힘들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이야기의 무대와 등장인물, 각종 설정에 대한 소개와 함께하는 연작 단편집의 도입부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추리적으로는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기에 감점합니다.

제 2화 절대 반지
어머니의 학대 탓에 호적도 없이 가출하여 홀로 지내던 아사다 유키는 경찰을 통해 나나미 학원에서 생활하게 된 소녀로 고등학교 졸업과 시설 퇴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진로로 잡은 전문 학원은 입학에 거액이 필요했다. 학원 관계자들이 난처해하자 유키는 자신이 모았다는 거금이 들은 통장을 보여주었다.
하루나는 거액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카이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카이오는 유키와 과거 이야기를 조금 나눈 뒤 진상을 알려주었다. 유키의 정체는 '산소 미스즈', 유키가 신분을 사칭했다는 부잣집 아이였고 돈은 산소 가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가출했던 산소 미스즈와 우연히 폐가에서 만난 학대아동 유키가 의기투합하여 서로 신분을 바꾸어 살아 왔다는 내용입니다. 수록작 중 스케일 면에서는 가장 큰 편인데,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습니다. 유키의 과거에 대한 추억담 -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려고 했다는 등 - 과 몇몇 사소한 단서들 - 에리히 캐스트너의 대표작으로 <<쌍둥이 로테>>를 언급하지 않은 등 - 을 통해 추리해가는 카이오의 추리도 상당히 볼 만 하고요.

하지만 산소 미스즈가 된 유키가 아빠와 연인?이 되었다는 듯한 결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목적인지, 복수가 목적인지도 모르겠고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 3화 피 맺힌 단자쿠
사라와 켄토에게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다정한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아이 씨와 재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어느날 사라는 아빠가 '난 사라가 싫어'라고 말하는 전화 통화를 듣고 실의에 빠졌다.
하루나의 친구 카논은 이야기를 듣고, 사라와 켄토의 아빠는 외국인이며, 그가 전화로 말했던건 I hate가 아니라 Ai hates라는걸 추리해 내었다.

사라의 영어 실력이라던가, 그 외 디테일을 통해 그녀가 외국계이며 아빠가 외국인이라는걸 추리해 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서술 트릭물입니다. 
그러나 아빠와 사라 남매를 항상 보아왔던 하루나에게는 서술 트릭일 수 없고, 그 결과 하루나의 추리 실력이 상대적으로 별로라는 것만 두드러집니다. 애초에 하루나가 카논에게 사건 이야기를 해 줄 때 사라의 가장 큰 특징인 혼혈아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전형적인 일상계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딱히 눈에 뜨이는 점도 없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 4화 여름캠프
결혼을 앞둔 학원 졸업생 토시키와 미카가 하루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12년 전 토시키의 추억이 꺼내어졌다. 토시키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학원 여름캠프에서 만났던 환상의 소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함께 여름캠프를 보낸 소녀 나오는 캠프에 찾아온 어른을 피해 비상계단을 올라간 뒤 사라져버리고 말았었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그런 소녀는 없었다고 토시키에게 말했었다.
하지만 하루나는 그 아이는 '소년' 이었고, 함께 여름캠프를 진행했던 지쓰세이 학원 생도였을 거라고 추리했다. 나오는 비상계단을 올라간 뒤 개천으로 뛰어들었고, 개천에서 놀고 있던 지쓰세이 학원 생도들 사이로 숨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토시키가 찾던 '나나미 학원 생도인 여자아이'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으며, 나나미 학원 선생님들이 나오를 몰랐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던 것이었다.


초등학교 남자아이, 여자아이의 애틋하면서도 정감어린 추억담은 항상 기본 이상은 뽑아주는 소재지요. 마지막 추격전도 긴박감이 넘쳐서 여러모로 볼거리는 많았던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오가 남자아이였을거라는 추리는 일반 독자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요. 단서가 많지 않고, 어떤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나나미 학원과 지쓰세이 학원의 관계라던가, 임시보호위탁 등의 권한은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아주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 5화 뒤뜰
나나미 학원 뒤뜰에는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문에는 2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 자물쇠가 달려 있어서 보통 사람은 열 수 없는데, 이 문을 드나드는 '우키히메'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아키 등 몇몇 생도는 흰 손이 두둥실 떠올라 자물쇠를 여는걸 보았다고 말했다.
한편 나나미 학원 생도 아키라와 동급생 미즈에의 교제 문제로 예정되었던 운동회 등이 취소되자 원생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자치연합회 임원인 카나코가 나서서 상황이 정리되었지만 아키라와 미즈에는 헤어지게 되었다.
카이오는 이 모든게 아키라의 '배려' 때문에 벌어진 소동이었다고 추리했다. 실제로 교제를 했던건 카나코와 스기야마였고, 둘의 교제가 문제가 될거라 우려했던 아키라가 이성 교제를 하는 척 했었던 것이었다. 두둥실 떠오른 손은,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도록 시기야마가 카나코를 안아서 들어 올렸던게 진상이었다.


학원에서의 이성 교제가 핵심 소재인 일상계 청춘 학원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재답게 추리적으로 특기할만한 점은 별로 없어요. 흰 손이 두둥실 떠올랐다는건 대단한 추리가 필요한하지 않습니다. 발판이 없었다 해도, 두 명이상이면 어떻게든 가능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는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카나코와 스기야마의 교제는 독자에게 아무런 단서를 주고 있지 못합니다. 추리의 여지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제 6화 암흑의 천사
나나미 학원생들이 임시로 통학할 때 이용하는 터널은 여자아이 6명이 지나가면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15년전, 6명이서 지나가다가 유령 목소리를 들었던 원생도 있었다.
얼마 뒤 초등학생 마이가 터널에서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고, 여러 아이들이 엮인 소동으로 번졌다. 실제로 천사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여자가 터널안에서 나오는걸 보지 못했던 채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트렌스젠더 
터널 감시원이었다....

15년 전 유령의 목소리는 터널 안으로 연결된 배관을 통해 목소리를 보낸 장난이었고, 지금의 천사 목소리는 트랜스젠더 터널 경비원의 목소리였다는 이야기. 경비원은 외모는 남자여서 오해가 생겼던 것이지요. 동일한 사건에 두 가지 트릭을 사용하고 있으며, 트릭이 합리적이라는건 좋았습니다. 

그러나 15년전 사건에 비해 현재의 사건은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경비원이 평상시에 목소리를 위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거든요. 진실을 그 자리에서 밝히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 7화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하루나는 과거 카논이 했던 여러가지 거짓말을 추궁했다. 그러자 카논은 고의는 아니었다며 자신이 사실은 <<여름캠프>> 때의 환상의 소녀 고마츠카와 나오였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알고보니 그녀는 앞서 모든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 1화에서 유키가 보았던 또다른 레이야는 카논이었고, 2화에서 유키가 살던 폐가에서 그 전에 살던 소녀도 카논이었고, 3화에서 단자쿠에 살해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적었던 것도 카논이었고, 5화에서 학원 뒷문으로 들어왔던 소녀도 카논, 6화에서 15년 전 배관을 통해 장난을 쳤던 소녀도 카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도망쳤어야 했는지 아픈 과거를 하루나에게 털어 놓았다. 양아버지의 성폭행 등 학대 탓이었다.


연작 단편집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 앞서 있었던 이야기들 속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마지막에 정리해 주는 구성입니다. 앞서 작품들 모두가 한 명의 인물 - 카논 - 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설득력있게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요. 등장하는 회문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나오 - 카논 - 의 특기인 '회문' -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읽는 말 - 이라서 한국 독자는 풀어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나오의 본명은 '오아나 나오' 이고, 카논은 '노나카 카논', 둘 다 거꾸로 읽어도 똑같으며, 그래서 둘은 동일인물이다'는게 핵심인데, 번역에서는 '오아나'가 아니라 '코아나'로 소개하고 있어서 한국 독자로서는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어요.

별점은 2점. 이 작품 한 편만으로는 가치가 없고, 앞 부분 이야기들을 읽어야만 완성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 보기는 힘들어 감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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