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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무관의 국보 - 배한철 : 별점 2.5점

무관의 국보 - 6점
배한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의미있고 빼어난 문화 유산을 소개해 주는 책.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유물들을 도판과 함께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총 8부 35편 구성 중 4부까지가 '국보급이지만 국보로 지정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유물' 정의에 가깝습니다. 소개하는 글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석굴암을 경성으로 옮겨오려다 실패한 데라우치가 대신 가져왔던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은 '석굴암 대신'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그 완성도가 빼어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개관했던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진열품으로 활용하려고 가져왔던 서산 보원사 철조여래좌상은 크기면에서 압도하는 측면이 강하고요. 겸재 화첩도 걸작이지만 임대 형식으로 들여온거라 국보 지정이 불가할 뿐입니다. 통일 신라 시대의 철조여래좌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술적 성취가 높은 유물이며, 반쯤 걸터앉은 자세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지금 보아도 자연스럽다 싶은 자세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또 김명국의 달마도가 아직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는건 신기했습니다. 김명국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그려주었던 그림이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게 다행입니다. 여튼 완성도, 지명도 뭐 하나 빠질데가 없고, 당대 제일가는 화가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심지어 그의 작품은 현재 30점도 채 남지 않았다니 희소성마저도 있어서 국보로 선정되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데 왜 국보나 보물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에 흔히 실렸던 조선 전기 회화의 걸작이자 중국 명대 초가 화풍이 수용되는 과정을 알려주기도 하는 등 역사적 의미도 큰데 말이죠.
이런걸 보면, 국보 선정 기준이 뭘까? 궁금해집니다.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 모두를 따지는 것인지, 다른 의미도 있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 복원이 되지 않아 국보가 아닌 석불, 우리 소유가 아니라서 국보가 아닌 유물이야 그렇다 쳐도,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유뮬들은 충분히 국보로서 자격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런 멋진 유물 소개와 더불어, 유물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소개하며, '비로봉'이라는 지명은 비로자나불에서 유래했다는 정보에서 시작하여 부처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주는 식으로요. 비로자나는 태양이라는 뜻의 범어 '바이로차나'의 음역으로 밀교의 부처이기도 합니다. 밀교에서 대일여래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공작왕>>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비로자나불은 구분이 쉬운데, 그 자세 때문입니다. 다리는 가부좌, 수인은 두 손을 가슴까지 들어 왼손 검지를 오른 손이 감싸는 지권인 형태를 하고 있거든요. 오른손은 부처의 세계, 왼손은 중생계를 의미합니다. 


이 비로자나불은 우리나라에서 화엄종의 영향으로 신라 하대 크게 유행했습니다. 사회적 불안이 커지며 지방 토착 호족 세력이 부상했는데, 그들이 '수행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종 교리에 반응하여 불교를 후원하며 불교의 탈중앙화가 급속도로 전개된 것이지요. 자기들도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상과 맞닿아 있었던 탓이겠죠?
<<지존의 삶. 절대 군주의 자취>>에서는 선조와 인조가 명필이었다며 어필을 중점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는데, 명필들은 정치적으로는 영 아니었다는게 재미있네요. 하긴, 이완용도 당대 명필이었다며, 글씨에 인품이 묻어난다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철종 어필도 상당한 수준인데, 일자무식 강화도령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딱히 인상적인 유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화성능행도나 팔준도 등 여러 그림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딱히 국보급 유물로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아래 팔준도 중 추풍오 그림을 한 번 보시죠. 재치있기는 한데, 솔직히 잘 그렸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심사임당의 초충도 역시 유명세에 비하면 국보급이라 느껴지지 않았고요. <<음식디미방>>은 언급되는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예술적인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그리고 도판 수록 순서가 뒤죽박죽이며 누락된 도판이 많다는 단점도 눈에 뜨입니다. 소개하고 있는 유물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기는 한데, 현재 글 위치가 아니라 이전이나 다음 페이지에 수록된 경우가 잦습니다. 그리고 국보 지정 유물과 비교하는 내용이 많은데, 국보 유물의 도판 수록에는 인색해서 어떤 점이 비교되는지를 잘 이해할 수 없었어요. 세조 어진처럼 전체가 한 작품만을 설명하는 글이라면 문제없지만, 많은 유물들이 언급되고 또 비교되는 글에서는 문제가 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고, 눈도 즐거운 독서였지만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유물들이 엄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국보냐 아니냐가 그리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국보냐 아니냐보다는, 보다 명확하게 주제를 정하고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명작순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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