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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당신의 과녁 - 고태호 : 별점 2점

당신의 과녁 5 - 4점
고태호 지음/3rdpost(써드포스트)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스무살 청년 최엽은 연쇄 살인범 석규남의 함정에 빠져 누명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사형 선고를 받은 뒤 17년 후 풀려났다. 석규남이 노환으로 죽고, 남은 가족들이 발견한 증거를 제출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17년 만에 돌아온 세상은 지옥과 같았다. 연인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가족은 생업을 잃고 갖은 욕을 먹었으며, 어머니는 무죄를 탄원하는 거리 시위를 하다가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였다. 이에 최엽은 연쇄 살인마의 손녀를 납치해 자기와 똑같이 17년간 감금하기로 결심했다.
죄책감으로 최엽의 협력자가 된 경찰과 당시 기자, 그리고 여동생과 절친 3인방은 최엽의 계획을 알고나서, 17년 감금할 시설 공사를 한다는 핑계로 최엽과 주말마다 어울렸다. 사회의 따뜻함, 가족의 온정 등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엽은 석규남의 손자 - 납치 대상의 남동생 - 으로부터 자기가 무죄라는걸 알고도 그 가족들이 증거 제출을 10년이나 미루었다는걸 알고난 뒤, 납치를 결행했다. 그러나 납치 대상이 여성 연쇄 납치범 일당에 납치당하는걸 목격한 최엽과 일행들은 납치범들을 뒤쫓아 결국 그들을 체포하고 납치 대상을 구해냈다....


간략한 줄거리 소개만 보고 혹해서 보게 된 웹툰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최엽의 심리 묘사입니다. 뎃셍력이 별로라 인물 형태가 계속 깨지며, 모든 묘사에서의 디테일이 부족해서 작화는 등 좋은 편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미묘한 심리 묘사는 놀라울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최엽이 분노하는 장면은 묘사의 달인 윤태호의 <<야후>>를 보는 듯한 섬찟함마저 느껴졌으니까요.
만화의 컷 구성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도 돋보입니다. 엣 연인을 다시 만나 각자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게 마지막 컷에서 드러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기대했던 복수극으로는 뜨뜻미지근한 탓입니다. 최엽의 복수 외길 전개가 아니라, 최엽이 친구들을 만나 다시 흉금을 터 놓게 되는 과정처럼 주변 인물들과 관계 복원을 이루는 출소자의 사회 적응기, 주변 인물들과 여러가지 즐거운 추억을 쌓는 일종의 일상 시트콤, 거기에 연쇄 부녀자 납치범들과 대결하는 액션 추적극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런 곁가지 이야기들이 비중만 놓고 보면 복수 자체보다 더 커요.
게다가 복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납치하려던 여자를 도리어 구해주게 된 뒤, 최엽이 복수를 포기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더 큰 악을 만나서 그들을 물리치고나니 모든게 허탈해졌다는 건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을 더 이상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던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이 과정에서 석규남 가족의 진심어린 사죄도 없고요.
여기까지는 그렇다쳐도,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한 뒤 식물인간이 되었던 어머니가 깨어난다는 말도 안되는 해피엔딩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너무 뜬금없었어요. 최엽이 겪은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이 정도는 줘야지!라는 작가의 의도일까요? 이런 애매한 해피엔딩보다는 차라리 화끈한 복수가 더 맞는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최엽 캐릭터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90cn가 넘는 거구의 근육질로 묘사되는데, 딱히 대단한 전투력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두뇌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라서 강력 범죄를 계획하는 인물로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이 큽니다. 맨몸 운동을 조금 한 정도로 세상과 맞서 싸우기는 어렵지요. 경찰과 기자라는 조력자, 그리고 죄책감을 느낀 검사의 유산 - 납치범을 가둘 일종의 별장 - 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어요.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서는 최엽이라는 인물에게도 보다 설득력을 부여했어야 했습니다.
납치 계획도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약 납치에 성공했었더라도 체포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납치가 핵심인 범죄물이 아무리 아니더라도, 이래서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기대했던 복수극이나 범죄 스릴러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더 글로리>> 류의 화끈한 복수극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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