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1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루이 앙티오슈는 공부에 지친 육신을 환기시키고자 양부모가 소개시켜준 막스 뵘이라는 조류학자의 "황새 추적" 아르바이트에 응한다. 막스 뵘이 고리를 끼운 황새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황새떼를 추적하여 밝혀내는 것이 목적, 이후 막스 뵘의 급작스럽게 사망 이후 죽음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나 루이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중간에 만난 집시 조류학자와 이스라엘 청년의 의문의 죽음 (심장이 사라지고 난도질 당한 시체)을 접하고 막스 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산,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거대 의료 봉사 조직에 대한 의문이 생긴 뒤 루이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황새들의 기착지인 중앙아프리카에 도착한 루이는 막스 뵘이 황새 다리에 끼운 고리를 통해 중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다이아몬드를 밀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새로운 심장이 없어진 변사체를 발견한 뒤 진정한 조직의 실체와 흑막을 알게 된다...
프랑스작가의 스릴러물. 방대한 조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결합된 깔끔한 전개의 작품입니다. 특히 황새떼의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분석하여 "1. 황새가 운반할 수 있다 2.돈이 된다 3. 그 나라의 특산품이다"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물건으로 "다이아몬드"를 설정한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작품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죠.
묘사도 괜찮아서 불가리아의 집시들과 이스라엘, 중앙 아프리카는 아주 실감나서 작가의 엄청난 사전 조사를 가늠케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묘사는 정말 대단했고요. 뭐라 표현하기도 어렵네요.
하지만 심장이 사라진 시체들과 진정한 조직의 흑막을 연결시키는 부분이 너무 작위적인 것은 단점입니다. 대상자들이 우연찮게 황새떼를 쫓는 루이와 접촉하게 되는 설정은 우연치고는 너무 심하거든요. 또 진정한 흑막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그야말로 "악의 화신"같은 인물로 그려지는데 묘사가 허황되고 만화적이라 앞부분의 치밀하고 교묘한 설정을 다 말아먹습니다. 요새 일본 만화도 이 정도로 유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악의 정체가 얼마전에 읽은 "철의 장미"와 똑같다는 것도 저에게는 조금 아쉬웠고요.
거기에 더해 보스와의 최종 결전에서의 황당함은 그야말로 어이 상실이었어요. 앞부분에 잠깐 등장했던 인물의 혜성과도 같은 등장으로 해결되는데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질구레한 묘사와 설명 없이 그냥 루이가 끝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이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당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외에도 흥행을 의식한 듯한 불필요한 요소들 -이스라엘 여성 사라와의 로맨스나 아프리카에서 동행한 티나라는 여성과의 정사 장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들 등- 이 많은 것도 불만스러웠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의 "미숙함"이 티가 나서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설정과 짜임새가 제법 잘 살아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는 합니다. 우직하게 한길로 밀어 붙이는 원숙함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데뷰작이라니 뭐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하겠죠. 워낙 설정이 좋았고 묘사력도 수준급인만큼 후속작을 기대해 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