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홍영의 옮김/초록배매직스 |
이마 이치코의 동명 만화가 아닌 일본에서 날리는 호러+추리 작가 교코쿠 나츠히코의 단편집. 제목대로 귀신을 테마로 한 소설집입니다. 2차대전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일상 속 광기와 어우러진 공포를 모두 10편의 단편을 통해 그려내고 있죠.
대체로 사회적,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계된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고, 결국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약한 자기와 동생을 비교하다가 가정과 함께 무너져 가는 여인을 그린 “문고요비”, 전쟁 후 성적으로 불능이 된 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아내를 훔쳐보다 들켜 아내가 자살한 뒤 사방에서 “눈”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는 “눈,눈,눈”, 가족을 위해 몸을 팔다가 들켜 죽은 누나의 시체와 다락방에서 놀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경찰관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창녀의 머리카락” 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머지 단편들도 오니라던가 갓파, 깔깔 웃는 여자 같은 여러 일본 귀신들을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표현하는 방식과 문체가 독특해서 여운이 깊게 남네요.
그러나 아무래도 국내 정서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설정이 그닥 와 닿지 않을 뿐더러 묘사가 너무 어렵고 낯설어서 읽기가 좀 힘들더군요. 묘사는 번역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이토 준지”같은 황당한 상상력의 일본 호러를 기대했었는데 그러한 기대치에도 미치지는 못했으며, "호러", "공포" 소설임에도 별로 무섭지 않다는 것도 큰 단점일테고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굉장히 독특하기도 하고, 뭔가 생각하게 하는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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