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아홉 고양이 -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엘러리 퀸의 1949년 작 장편으로 국명 시리즈나 라이츠빌 시리즈같은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조금은 독특한 작품입니다.뭐가 독특하냐면 이 작품은 정통 고전파 퍼즐 트릭물의 거장으로서의 엘러리 퀸의 모습보다는 헐리우드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거든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제임스 페터슨이나 마이클 코넬리 같은 후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선구자적인 모습이 엿보인달까요? 대도시 뉴욕을 무대로 벌어지는 무차별 연쇄살인극을 그리고 있는 점이라던가, 이 연쇄살인에 어떤 트릭이 있다기 보다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특정하게끔 하는 일종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 등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범인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죠. 이 부분을 상당히 공들여 잘 표현하고 있기에 중간부분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색다른 공통점이라 생각되며 맹점을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설정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좀 오래된 탓인지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제일 큰 아쉬움은 피해자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이 너무 한가운데 직구라 그때부터 범인이 특정화되면서 마무리까지는 지루해진다는 점이었죠. 가장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추리적으로는 무가치한 수준의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동기 부분이었습니다. "정신병"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 뻔했거든요. 쉬운 설정이고 작품에도 어울리긴 했지만 진부한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헐리우드 스릴러물에 가깝기 때문에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저같은 독자에게는 기대에 갚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겠죠.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에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과정에 독자가 동참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실망도 좀 컸고요. 물론 어설픈 트릭과 트릭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무너지는 억지스러운 작품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제가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에게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독자에게 도전" 하던 정통 퍼즐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연쇄살인범 "고양이"와 엘러리 퀸의 대결을 통해 엘러리 퀸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과 싸이코 연쇄살인극의 선구자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지만 별점은 3점 정도의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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