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소설은 거의 2년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그때도 영상물에 더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영화가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히트 했다죠? 어쨌건 관심이 가던 영화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만, 리뷰가 좀 늦었네요...^^;;
사실 이러한 추리물 원작 영화를 원작을 읽은 상태에서 본다면 지루해 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약점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위한 트릭이 중요한 이 작품같은 경우 더욱 그러하겠죠. 그러나 다행히도 영화로 구현했기 때문에 발휘되는 장점도 무척 컸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헌신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굉장히 잘 살아났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야스코가 미인이다.. 라는 단순한 이유를 배우들이 눈빛,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비쥬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절절한 마음이 쉽게 와 닿더군요. 배우들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던 것 역시 감상에 큰 도움을 주었고요. 그 외에도 원작에는 없었던, 추가된 서두의 조금은 독특한 여객선 폭파 사고에 대한 간단한 트릭의 설명도 좋았고 에필로그 형태의 마무리도 깔끔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화 과정에서 원작이 지녔던 추리적으로 가장 큰 단점, 즉 "왜 이시가미가 억지로 시체 교환 트릭을 사용했나?" 라는 것이 너무 두드러진 것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원작에서는 다른 이야기와 디테일에 묻혀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이 과정을 잘 포장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시체를 잘 숨겨놓았다는 설정이 곁들여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트릭을 위한 트릭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트릭에 매몰되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물론 추리물의 한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범인이 "천재"로 나오기때문에 더욱 더 신경썼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이 작품에서 마지막의 유가와의 말 한마디 - "최후의 순간까지 대비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 로 퉁치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아울러 원래 소설에서의 왓슨 역이자 사건을 물어오는 역할인 주인공 유가와의 친구 구사나기의 역할이 축소되고 여성 형사인 우츠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여성 캐릭터가 별로 필요없는 작품인데 괜히 우츠미를 등장시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등의 전개는 사족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잘 만든 추리영화임에는 확실합니다. 제가 감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영화 중에서는 베스트였으니까요. (게@임은 수준 이하였고 "호숫가 살인사건"은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호러-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화 이전에 방영되었다는 TV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도 구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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