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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6

호숫가 살인사건 (Lakeside Murder Case, 2003) - 아오야마 신지 : 별점 2.5점


나미키 순스케는 명문 수문관 중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의붓딸 때문에 별거중인 아내와 함께 수문관 중학교 입시 대책 합숙에 참가한다. 합숙 첫날 순스케와 불륜관계인 에리코가 찾아오고 순스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에리코는 시체로 발견되며 아내 미나코가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자식들의 합격을 위해 은밀히 시체를 처리하기로 결심한 다른 학부모들에 휩쓸려 순스케도 시체 은닉 작업을 돕게 되고 그 와중에 에리코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몇번 포스트에 썼지만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구입할 생각은 없지만 이 작품은 워낙 평이 좋길래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를 구해보게 되었네요.

보통 추리소설을 영화화하면 원작을 읽지 않은 경우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복선이나 행간을 놓치는 썰렁한 작품이 되기 십상이고, 실제로 그러한 작품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맥락과 주제의식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한데,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내용과 그 주제, 메시지를 영화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한 폐쇄적인 집단 안의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이고 공범인 상황에서의 딜레마를 잘 다루고 있는 점 역시 좋습니다. 초중반에는 원사이드한 전개, 즉 주인공 나미키 순스케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이 부가되는 상황으로 몰아가지만 반전을 통해 이 딜레마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딜레마가 설정과 작품의 주제의식에 더없이 잘 부합되고 있어서 영화의 힘이 쭉 유지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대보다는 추리적으로 그다지 특기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에서 살인사건은 30분이 지난다음에나 발생하고 처음에는 단순한 도서추리 방식으로 전개되어 어떻게 하면 시체를 확실하게 인멸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지거든요. (이 부분은 대니 보일 감독의 "Shallow Grave"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또한 인멸 작업은 그런대로 재미있게 다루기는 했지만 허술한 부분도 많고요. 얼굴을 훼손하는 장면의 정도가 미흡하다던가, 호텔 체크 아웃때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켜 놓는 실수 등이 눈에 띄네요.
그나마 후반부에서 몇가지 단서를 통해 주인공 나미키 순스케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약간이나마 추리소설같은 반전이 등장하긴 하지만 무거운 주제의식에 함몰되어 반전으로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메시지로 보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나 추리적인 쾌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아울러 마지막의 엔딩 크레딧 직전의 장면은 섬찟하면서도 또다른 복선이긴 한데 너무 공포영화 스타일로 영화를 몰아가는 것은 별로였어요. 이 장면때문에 영화의 성격이 애매모호해지거든요. 미나코의 일종의 "예지력" 역시 영화의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는 불필요한 묘사였다 생각되고요.

그래도 영화보다 원작 소설의 평이 좋은 만큼 이번에는 편견없이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뭐 영화도 평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2시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던 만큼 한번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추리" 영화를 기대한다면 약간 실망할 지도 모르지만 저는 꽤 괜찮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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