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지은 남자 -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좋은책만들기 |
스웨덴의 도시 이스타드의 범죄 수사관인 형사 쿠르트 발란더는 한 남자를 사살한 과거 때문에 1년여를 방황하며 경찰을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다. 때문에 그가 휴양하는 도시 스카겐에 찾아온 옛 친구 변호사 스텐의 의뢰 -자신의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을 조사해 줄 것-를 거절하지만 이스타드에 돌아온 직후 스텐마저 살해된 것을 알게 되자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다시 경찰에 복귀한다.
그는 조사를 거듭할 수록 스웨덴의 존경받는 기업가 알프레드 하더베리가 사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사 방향을 그에게 집중시키지만 확실한 물증이나 근거가 없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검사와 약속한 수사 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와중에 옛 경찰이자 지금은 알프레드 밑에서 경비책임자로 일하는 스트룀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입니다. 제가 읽었던 두번째 작품 "하얀 암사자"에서 발생한 사건때문에 괴로워하는 발란더의 모습이 등장해 이채롭네요.
또 전작과 비교해 볼때 보다 감성적인 부분으로 접근했더군요. 특히 심리묘사가 뛰어난데 예를 들면 오만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쿠르트 발란더에 대한 적절한 묘사라던가, 그 외의 여러 수사관들의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악역인 "미소지은 남자" 알프레드 하더베리 역시 쿠르트 발란더의 유년시절의 기억과 잘 교차시켜 그 성격을 보다 확실히 구체화하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심리 묘사에 따른 문학적 성취도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죠. 이번 작품에서부터 등장한 여성 형사 얀-브리트의 캐릭터가 개성적이고 독특하면서도 나름의 설정이 확실하다는 것도 마음에 든 부분이에요.
거기에 더해 경찰의 문제점을 차분히 짚어나가면서도 수사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사회파적인 느낌도 팍팍 내 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추리적인 부분은 건질게 거의 없더군요. 변호사 살인사건만 해도 너무 작위적이고 만들어 놓은 듯한 상황 설정이라 설득력이 제로이며, 연계되는 단서 역시 실질적인 증거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취약하거든요. 그나마 변호사 살인사건만 진행했더라면 보다 밀도가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장기밀매와 같은 부가적인 소재를 이거저거 때려 넣어 악당을 대단한 악마같은 존재로 부각시킨 것은 오버일 뿐이었어요.
게다가 사건의 해결은 전적으로 범인의 대사에서만 이끌어 내고 있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과연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조차 애매해질 정도였습니다. 덧붙이자면 범인도 캐릭터와 설정에 비해 막판 치밀함이 너무나 모자라 안타까왔고요.
한마디로 결론 내리자면 예상대로 "추리소설"은 아니고 프레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 연상되는 범죄 심리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완성도는 높지만 추리적으로는 실망스러웠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나름 재미와 품격, 수준은 갖춘 작품이지만 제 취향은 아닌 탓에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더 구해서 읽을 일이 없을 것 같네요.
PS : 그나저나, "하얀 암사자"에서는 국제적인 킬러들의 활동무대로 쓰이고 이 작품에서는 범 세계적인 기업가가 벌이는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완전무결한 복지의 천국인줄 알았던 스웨덴에 왜 이리 대형 사건이 많은지 좀 이해가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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