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chan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저도 적어봅니다.
이 글에서 김전일에 대한 가치는 akachan님이 잘 설명해 주셨는데 과연 추리적으로는 어떨까요? 그것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김전일 시리즈는 전부 퍼즐 미스터리에 가까운 정통파 추리물 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이 와중에 여러 트릭이 등장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에서 지적 쾌감을 가져다 주는 쟝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김전일 시리즈는 주간 연재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서 트릭과 범인과의 대결을 연재분마다 효과적으로 나열하여 독자에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솜씨가 대단해서 독자에게 작품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만화"라는 쟝르적 특성 탓에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소설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한 제공이라는 추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독자가 만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추리물이 만화와 만났을때의 모범 답안이랄까요? 이후 유사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야기 수준에 적합한 사토 후미야의 그림 솜씨가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킨 것이겠죠. 물론 연재 후반부가 되면 트릭 자체가 "숨은 그림 찾기"가 되어 버려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최소한 중반부 에피소드까지는 무척이나 잘 이용했다고 생각되네요.
또한 에피소드의 거의 전 편에서 범인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사건을 벌이는 것 역시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건 비현실적 존재이건 간에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대상이 대부분 존재하거든요. 심지어는 김전일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는 편까지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개 덕분에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동기 부여가 가능할 뿐더러 진범을 밝히고 누명을 벗기는 과정의 흥미가 배가됩니다. 우연에 의한 사건 해결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요. 사실 정통 추리물로 불리우는 작품들에서도 트릭에만 치중한 나머지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놀라울 뿐입니다.
비록 시리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이야기의 설득력과 밀도가 떨어지고 트릭의 수준도 떨어지는 등 장기 연재의 폐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리 만화계에서 아직까지도 독보적인, 추리 만화의 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설정과 캐릭터에 있어서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낸 ("누구누구의 몇대 후손" 등이 등장하는 등), 추리 매니아에게 언제나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PS 1 : 야마기 세이마루와 사토 후미야 컴비도 코난의 영향 때문인지 아동 취향의 모험물을 버무린 "탐정학원 Q'를 내 놓긴 했고 나름대로 히트도 쳤지만 이야기 전개가 빈약하고 설정이 유치해서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비교해 본다면 역시 "김전일"이 대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네요.
PS 2 : 그나저나 "부동고교"는 왜 이리 살인점과 피해자가 많은지.. 정말 굿이라도 당장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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