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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5

하늘은 붉은 강가 - 시노하라 치에 : 별점 2.5점


몇달전에 읽었던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의 작가 시노하라 치에의 작품입니다. 이 "하늘은 붉은 강가"가 더 유명하고 히트친 대표작인 것 같더군요. 전혀 몰랐던 작품인데 조사해 보니 인기가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작품에서는 히타이트 제국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 제국의 역사와 인물을 나름대로 잘 조명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히타이트 제국이야 사실 잘 모르고 있던 고대 국가라 주인공인 무르실리 2세 같은 인물은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었지만 이집트의 람세스와 네페르티티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도 잘 살리면서도 스토리에 잘 융합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실존했던 미탄니 왕국이나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제국, 이집트 제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세력 관계 및 국제 정세도 비교적 사실에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고 또한 지명이나 실존했던 전투를 치밀하게 연구하여 효과적으로 만화적 상상력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저도 보면서 공부가 좀 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나 네페르티티 왕태후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는 나름 만화적인 상상력과 실제 유물을 가장 잘 써먹은 좋은 예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존인물에 기초한 여러 조연들의 디테일한 설정역시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상당히 많은 조연이 등장함에도 큰 기둥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구성은 성공적인 장편 연재물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에스컬레이터식 전투를 반복하는 단순한 장편 작가들은 꼭 참고해 볼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한 것 같네요.

물론 아무래도 발표된 시기가 시기이기 때문인지 기본 내용은 좀 뻔하긴 합니다. 소녀가 일종의 타임 슬립을 통해 과거의 제국으로 흘러가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지금 읽기에는 낡고 진부한 소재이긴 하니까요. 게다가 주인공인 유리-이슈타르의 캐릭터가 너무 허무맹랑한 것도 약간 거슬립니다. 평범한 일본의 소녀에서 전쟁의 여신이자 제국의 기틀로 자리매김 하는 과정이 너무 비약과 과장이 심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순진 무구한 소녀로 끌고 나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고증 측면에서는 눈여겨 볼 것은 거의 없다는 것도 역시나 약점일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래도 이제는 거의 유행이 사그라들은 순정 대하 서사극 작품들 중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뻔하디 뻔한 환타지적인 설정을 배경으로 하는 흔해 빠진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대하 서사극" 이라는 느낌을 전해 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지요. 지금 읽기에 낡은 감은 분명 있지만 그 이상의 재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PS : 좀 조사해 봤더니 히타이트 쪽 인물들은 꽤 역사와 부합되는 인물들로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악역인 나키아 황태후와 라이벌 람세스만 각색이 심한 편인데 이거야 유일한 악역과 라이벌격 존재로서 어쩔 수 없는 각색이었겠죠. 실제 람세스 1세는 호렘헤브 왕의 재상을 지낸 친구로 왕으로부터도 신뢰가 두터웠던 인물로 왕이 아들이 없어 왕위를 물려받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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