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Confession 1 - 가와구치 가이지 그림, 후쿠모토 노부유키 글/삼양출판사(만화) |
아사이는 대학 동창이자 같은 산악회 소속인 친구 이시쿠라와 함께 조난당했다. 죽올거라 생각한 이시쿠라는 자신을 버리고 가라며 아사이에게 과거 저질렀던 살인을 고백했다. 그러나 아사이가 곧바로 산장을 발견하여 둘은 무사해졌고, 이시쿠라는 과거 범죄를 들은 아사이에게 살의를 품었다. 아사이도 이시쿠라의 살의를 눈치챘지만,구조대가 도착할 다음날 아침까지는 충분히 피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시쿠라가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사이는 고산병에 걸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의 글을 "침묵의 함대"의 가와구치 카이지가 그림으로 그린 단편 만화입니다. 국내판은 절판인데 북오프에서 원서를 싸게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폐쇄된 산장이라는, 오래되고 친숙한 무대에 등장인물이 단 두 명(!)이라는 심플한 설정 아래에서 서로의 살의와 추격이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후쿠모토씨 특유의 징글징글한 심리묘사는 물론, 자신이 처한 긴박한 위기를 순간순간 번득이는 두뇌로 해결해 나가는 재미는 잘 살아 있습니다. 합당한 동기에서 비롯된 두 남자의 사투도 설득력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요. 서스펜스 스릴러로는 1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백을 통해 촉발되는 살의라는 소재도 진부하지만 또다른 복선을 지니고 있다는게 괜찮아서 마음에 듭니다. 결말 부분의 반전도 명쾌했고요. 뻔한 결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들어버린 녀석이 나빴어..."라는 처음의 독백이 결말에 반복되는 구성이 반전을 극대화하는게 좋았어요. 이런게 연출의 힘이겠지요.
하지만 기대했던 가와구치 카이지의 그림을 통한 재미의 상승효과는 생각보다 덜했습니다. 후쿠모토의 가장 큰 약점이 그림이니, 작화에 일가견이 있는 가와구치가 그림을 그리면 보다 놀라운 작품이 될거라 여겨 기획된 작품일텐데, 후쿠모토의 이야기 전개가 가와구치의 그림과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부조화가 심하고 그림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거든요. 나름 각색하여 자기 풍으로 전개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듯 싶은데 곧이곧대로 그린 탓으로 보입니다. 역시 자기 이야기는 자기가 그려야 제맛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과 스토리의 부조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작품 자체만으로 놓고보면 역시 탁월한 구성력 때문에 빛이 나긴 합니다. 만화는 역시 그림보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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