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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걷는 식물 트리피드 - 존 윈담 / 이영재 : 별점 2.5점

 빌 메이슨은 식량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 트리피드의 연구원으로 트리피드의 독채찍때문에 눈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다. 그가 눈 치료를 받던 어느날 밤, 화려한 유성우가 나타나고 그 다음날, 유성우를 본 모든 인간들은 모두 실명하게 된다. 세계는 붕괴하고 트리피드가 인간을 습격하는 세기말의 상황. 빌은 장님들의 세계에서 앞을 보는 몇몇 인물들과 조우하고, 그들 중 여류 소설가 조젤라와 함께 새로운 세계의 건설을 꿈꾼다.


세기말을 다룬 근미래 디스토피아 SF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기억은 있었지만, 회사 동료들과 잡담을 하다가 화제가 되어 다시 읽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아동용으로 국내에 출간된 책을 읽었는데 다시 읽다보니 아동용으로 보기에는 무척 문제가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세기말적인 상황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차치하고서라도, 유성우를 본 뒤 장님이 된 사람들이 벌이는 행각은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들과 다를 바 없는 잔인한 군중심리와 자기합리화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살벌한 묘사도 많은 편이고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장님이 되건, 좀비가 되건, 결과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주제, 즉 "나만이 정상인 사회"에 대한 묘사라는 점에서 "나는 전설이다"와 좋은 비교가 됩니다. 이 작품은 정상인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살아남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해피엔딩이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이렇게 세기말적 상황에 대한 묘사, 그리고 함께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 당시 유사 SF들의 특징이기도 해서 유별난건 없지만, 이 작품이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는 두가지, 유성우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님이 된 독특한 상황 설정과 더불어 이러한 파괴된 세계의 인간들에게 가장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식인식물 "트리피드"의 묘사 덕분입니다. 세다리로 이동하며 독째찍으로 사람을 습격하는, 그리고 서서히 지능을 갖춰 나가는 이 괴기식물에 대한 묘사가 워낙 강렬하여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네요.

1950년대에 발표된 것이라 작품 자체는 지금 읽기에는 낡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 작품은 "식물"을 주 적으로 내세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직도 신선함을 안겨주는 고전이라 생각합니다. 아동용이 아닌 정식 완역본으로 나오면 묘사가 더 살벌할 것 같은데 무척 궁금해지는군요.

영화화하기 아주 좋은 소재라 생각되어 조사해 봤더니, 진작에 영화화되었으나 트리피드를 일종의 "괴수화" 한 몬스터물로 각색한 것 같네요.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덕분에 영화는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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