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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5

009-1 : 별점 3점

전 세계가 이스트블록과 웨스트블록으로 나뉘어져 대립하는 시대. 중립 지역은 달.
각 블록의 핵과 군비 경쟁의 뒷면에서 서로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평화를 유지시키려는 에이전트들의 활약이 존재한다.

웨스트블록의 핵심 에이젼트는 009-1!

이 작품의 제목을 뭐라고 읽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헛갈립니다만, (제로제로 원인지, 더블오 원인지, 제로제로 쿠노이치인지...) 간만에 전 편을 몰아본 TV 애니메이션이네요. 정말 간만입니다.^^ 보게 된 동기는 인터넷 서핑 중 발견한 이 작품의 히로인 밀레느 호프만의 피규어 사진 때문이었죠. 정말 땡기게 만들었거든요^^

작품은 009로 유명한 이시노모리 쇼타로 선생의 원작으로 30여년전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여 제작한, "자이언트 로보"나 "009" 애니메이션과 같은 컨셉입니다. 쾌걸 증기탐정단을 보는 느낌도 좀 들었고 말이죠. 때문에 작품에 레트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저는 이런 분위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복고적인 의상과 메카닉 모두가 제 취향에 딱 맞는 스타일이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주 내용은 "에이전트"라 불리우는 사이보그 여성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인데 SF적인 느낌보다는 첩보물 성향이 강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첩보물적인 설정의 에피소드들은 그 수준이 모두 상당한 편이라 놀랐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여러가지 스파이 활동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에이젼트들의 인간적인 고뇌까지 충실하게 그려져 있거든요. 물론 SF적인 설정, 온 몸이 기계화된 미녀들의 액션 역시 멋졌고요. 각 에이젼트들의 캐릭터나 특징이 사이보그 009의 멤버들과 무척 유사하다는 것 역시 저같은 고전 매니아에게는 반가운 요소였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히로인인 009-1 밀레느 호프만입니다. 강하고 냉정한 것은 물론이고 임무를 위해서라면 몸을 팔거나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팜므파탈적인 매력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네요. 또한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복잡한 성격을 매력적인 비쥬얼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피규어를 사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이러한 많은 독특하고 재미난 요소에도 불구하고 좀 매니아적인 취향의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12화로 짧게 종결되어 버린 듯 합니다. 단지 짤막한 시즌이면 괜찮은데 9화부터 심각하게 작화 붕괴 현상이 일어나 안타깝네요. 조금 더 길게, 완성도 있게 제작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워낙 짧은 분량이라 딱히 특정 에피소드를 추천하기는 좀 어렵지만 다양한 미녀들의 멋진 액션과 작품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1화 "잠입자들", 강력한 라이벌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3화 "하드보일드"는 내용과 전개 모두 일급인 걸작 에피소드라 생각되며, 미래세계의 굉장히 기발한 황금 운송 작전이 등장하는 5화 "황금의 여자"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6화 "팝"은 여운을 남기는 전개가 인상적이었고 작화가 붕괴되던 초입인 7화 "항구"는 순진한 소년과 추악한 음모가 대비되는 전개가 좋았고요. 이렇듯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꽤 수준이 높은데 결말로 전개되는 10,11,12화는 솔직히 너무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강해서 아쉽습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인데 말이죠.

그래도 정말 간만에 애니메이션 한 시즌을 전부 몰아 보았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고전 매니아라면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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