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살의 농촌 노총각 석중은 목장 경영이 꿈인 알뜰 구두쇠의 순진한 사나이. 어느날 그는 순정다방에 새로 온 레지 은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를 쫓아 다니기 시작한다. 석중의 진심을 외면하던 은하도 손님에게 크게 다친 뒤 정성스러운 간호를 해 주는 석중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은하가 AIDS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석중에게서 은하는 옛 남자를 피해 떠나게 되고 석중은 은하를 찾아 전국을 헤멘다. 1년 뒤, 은하가 사창가에서 적발되어 구속된 이후 감염사실이 폭로되지만 석중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며 그녀를 기다리게 되는데...
정말 오랫만에 본 '정통 한국판 최루성 멜로물'
솔직히 그간 우리나라 영화들은 특히 코미디의 경우 살짝 눈물을 짜내게 하려는 감동적인 장면을 집어넣곤 했었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무척이나 짜증났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다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우직하게 한번 울려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처음부터 진행되는 이 영화는 최소한 내러티브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허술함을 찾을 수 없는 꽉 짜여진 전개를 보여줍니다. 때문에 마지막에 관객들 눈에 눈물 한번 핑 돌게 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고요.
거기에 황정민과 전도연 두 배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나문희씨 등 중견배우들의 백업도 탄탄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힘이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궁상맞은,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적인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직하게 한 길만 걸어가는 영화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미워할 수 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전제를 영화 앞부분에서 부터 관객에게 알려주고 영화가 진행되는데 실제 당사자분들에게는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더군요. 영화에서 AIDS를 무슨 문둥병 마냥 묘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실화에 대한 내용을 조금 조사해 보았는데 너무 처절해서 차라리 실화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아예 빼고 만들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감독이 조금만 조사했어도 이렇게 포장은 못했을 것 같은데 아무리 영화는 영화라지만 좀 심한 것 아닌가 싶네요. 이런 이유로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못했습니다. 흥행에 성공하고는 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군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