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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 마이클 매클리어 / 유경찬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마이클 매클리어 지음, 유경찬 옮김/을유문화사


"우리가 미국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도덕적인 지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 호치민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역사서입니다. 1945년 프랑스 식민지 지배와 호치민의 첫 등장에서 시작하는 글은 1975년 남베트남의 사이공 함락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30년, 약 10000일에 걸친 이 기간동안의 베트남에 있었던 여러 전투와 베트남의 실상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더불어 미국 사회의 다양한 반응까지 알기쉽게 실제 주요인물들의 인터뷰까지 실어가며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상당히 원칙에 충실하고 사실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 방대한 기록을 잘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책을 읽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프랑스와 미국의 개입이야말로 전혀 불필요했고 무의미한 돈과 희생만을 불러온 전쟁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 줍니다. 자칭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안하무인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큰 댓가를 요구했는지가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묘사되거든요. 미국 수뇌부의 오만과 무지를 까발림과 동시에 반전운동에 대한, 그리고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정말 기사를 보는 듯이 상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운동의 대부였던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과 반전 운동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이색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베트콩"이라 불리웠던 영웅들에 대한 사실감 넘치는 묘사야 말로 압권입니다. 반공교육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아왔던 우리와 우리 바로 앞 세대 한국인들에게 반드시 알려야만 하는 정보들이라 생각됩니다. 호치민은 물론이요 보 구엔 지압이나 둥 장군같은 전쟁영웅들의 청렴하고도 용맹한, 애국적인 삶은 재조명 받아야 마땅하다 보이네요. 그에 반해 남베트남의 티우 대통령이 영국 대 저택에서 가명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상당 수준의 병력을 파병한 파병국으로 우리 나라에 대한 설명도 좀 들어갔으면 했는데 그런 내용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용병 장사가 좀 자세히 조명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쨌건 미국에 보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을때마다 세계가 위기에 처하는 것 같아 무섭네요. 이번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노한 것 같아 태풍을 내리니 정신차리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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