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흰둥이들을 박살내 버리라구!" - 영주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1800년대 인도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 가뭄이 길어져 라간 (세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영주에게 마을 촌장과 주민 대표들이 찾아가 선처를 부탁한다. 하지만 거만한 영국장교 러셀대위가 그들에게 크리켓 게임을 해서 그들이 이길 경우 3년간 라간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내기를 제안한다. 마을 청년 부반이 이 승부에 응하고 지루한 설득과 노력으로 마을 사람들의 힘을 모아 크리켓을 연습하기 시작하며 부반에게 호감을 가진 영국 장교의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이들을 돕는다. 시합까지는 3개월.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
TV에서 보게된 인도 발리우드 영화입니다. 처음에 별 생각없이 봤는데 의외로 진지한 스포츠물이라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예전에 정말 낯설게 보았던 "춤추는 무뚜"보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적 문법이 더욱 많이 도입된 편이라 크게 어려움없이 볼 수 있었다 생각되네요.
억압받는 식민지 주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승리와 환희를 느낀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있어왔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는 특히나 우리나라 영화 "YMCA야구단"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하나씩 팀원을 모아가는 과정, 경기 규칙을 가르치는 미녀라는 설정이나 천민과 상위 계급이 대립하지만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면 같은 것은 정말 똑같다고 보이거든요. 시기상 "YMCA..."쪽이 많이 참고하지 않았나 생각도 되지만 "YMCA..."도 어느정도 실화에 근거한 만큼 유사한 설정에서 오는 공감대가 비슷한게 많았다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느나라나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가봐요^^
발리우드 영화답게 중간중간 음악과 춤을 곁들인 뮤지컬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흥겨움을 더해주고요. 개인적으로는 부반과 카오리, 엘리자베스 3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사랑의 세레나데 장면의 편집과 촬영은 베스트로 꼽고 싶군요.
아쉽게도 제가 크리켓을 잘 알지 못해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인 크리켓 시합 장면에서의 몰입이 초반에 약간 힘들었지만 보면서 어느정도 룰도 깨우쳐 가니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국인들은 크리켓을 "즐기지만" 주민들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완성도와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부반역의 아미르 칸은 현재 인도 최고의 스타라는데 그에 걸맞는 마스크와 완벽한 눈빛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에 힘을 더 실어줍니다. 다른 조연들의 개성넘치는 연기도 물론 좋고요.
엘리자베스와 부반의 사랑 이야기는 지나친 사족이라 생각되고 거의 4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은 지나치게 길어 중간중간 조금 지루하기도 했었지만 특이하고 이색적인, 이국적인 문화에 더불어 정통 스포츠물로의 가치까지 있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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