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0/05/29

밤의 기억들 - 토머스 H 쿡 / 남명성 : 별점 4점

밤의 기억들 - 8점
토머스 H. 쿡 지음, 남명성 옮김/시작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50년전 일어났던 한 소녀의 살인사건을 재구성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범죄소설작가 폴 그레이브스가 의뢰를 받아들여 사건의 현장이기도 한 부유한 별장지 리버우드에서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내용으로 "심문"으로 이미 접해본 토머스 H 쿡의 작품입니다. 50년 전의 페이예 살인사건과 더불어 그레이브스의 소년시절에 있었던 누나 그웬의 잔인한 살인사건이 회상형식으로 겹쳐져 진행되는데 460페이지나 되는심문"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심문"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으로 장편의 힘을 그야말로 제대로 느끼게 해주네요.

먼저 50년 전 페이예 사건부터 살펴본다면, 범행이 실제로 가능했던 용의자는 한줌도 안되죠. 하지만 거의 모든 용의자에게 타당한 동기를 부여하고 용의자별로 상세한 수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이 대단합니다. 또한 트릭이 등장한다는 것과 단서들이 앞부분부터 교묘하게 배치되어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정통 추리소설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고요. 특히 사소한 단서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많아서 정말 쉴 틈이 없는 짜임새를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두번째 주요 사건인 그레이브스 사건의 경우는 이야기 전개 상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주로 그레이브스가 페이예 사건을 수사하면서 떠올리는 심리묘사를 통해 전개되죠. 이러한 전개는 본편의 수사과정과 다른 심리 스릴러스러운 맛을 전해주면서도 페이예 사건의 전개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건드리는 맛이 정말 탁월하더군요. 아울러 제대로 된 반전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에 반전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 반전이 작품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결말 역시 아주 깔끔하고요.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아쉽습니다. 일단 미국의 유서깊은 가문의 별장지에서 벌어진 사건이 2차대전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치 수용소 의학실험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터무니 없어 보였어요. 이런 의학실험에 비교하면 꽃의 교잡실험이라던가 의학에 관심이 있다라는 수준에 그친 복선은 너무 미미하잖아요... 워런 데이비스와 그로스먼이 나치 독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페이예라는 소녀에게 이런 몹쓸 실험을 가해야 했을 타당성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큰 문제로 생각됩니다. 지역을 장악하다시피했던 워런 데이비스의 영향력이라면 뒤끝없었을 희생양을 골라내는 것이 가능했을텐데 왜 딸의 친구이기도 한 이웃 소녀를 골랐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워런 데이비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한데, 조금만 더 설명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드네요.

그래도 수사와 단서가 잘 결합된 수사물이면서도 여러가지 트릭이 등장하는 정통 추리소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작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죠. 문학적 성취를 이룬듯한 미국의 오래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뛰어난 심리묘사 등 세련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는 "앵무새 죽이기"의 추리물 버젼이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이러한 심리 추리 스릴러 장편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별점은 4점. 아직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