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용의자 -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조영학 옮김/문학동네 |
인도 내무 장관의 아들이자 재벌 총수이기도 한 비키 라이가 자신의 석방축하 파티에서 살해된다. 곧바로 현장에서 6인의 용의자가 체포된다. 전직 관리이자 간디의 영혼이 빙의된 모한 쿠마르, 인도 최고의 미녀 배우 샤브남 삭세나, 미국 텍사스의 멍청한 촌놈 래리 페이지, 휴대폰 좀도둑 문나 모바일, 소안다만제도 최후의 부족인 옹게족 청년 에게티 옹게, 그리고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부정부패의 온상인 내무장관 자간나트 라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슬럼독 밀리어네어" 원작자의 두번째 장편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읽게 되었네요.
읽으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이 작가야말로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인도의 상류 계층이자 가공할 범죄자들을 비롯해서 인도 최고의 영화배우, 그리고 하층민 계급에다가 소안다만제도 옹게족의 몇 안되는 생존자, 심지어 미국 텍사스 촌놈까지 6명이나 되는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를 엮어서 하나의 거대한 장편을 짜낸 솜씨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게다가 이야기들도 상류층의 부패와 범죄 이야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옹게족의 보물찾기, 하층민과 상층민의 비극적 사랑, 텍사스 촌놈의 예기치 못한 알 카에다 납치와 같은 이야기들은 그 상상력과 허풍에 흠뻑 빠져들 정도였어요. 이 정도 스케일과 상상력이라면 거의 호메로스급이 아닌가 싶더군요. 어설프고 작위적이긴 해도 정의가 이루어지고 행복해져야 하는 사람들은 거진 다 행복해지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추리적인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은 있지만, 이 작품은 범죄 그 자체가 인물별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한 작품이기에 애시당초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거리가 좀 있죠. 때문에 추리적으로 점수는 논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무의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장황한 설명 덕분에 동기는 확실하게 설명된다는 점과 사건의 진상이 여러번의 반전을 거쳐 밝혀진다는 점 때문에 평균 이상의 점수는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띕니다. 일단 "간디바바" 이야기는 왜 등장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상류층의 부패를 다룰 목적이었더라면 자간나트 라이 이야기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간디의 영혼이 빙의되었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어요.
또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상대적 약자로, 성적인 희롱대상 수준으로 등장하는 것도 조금 걸리더군요. 극단적인 남존여비사상이 인도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내내 만연한 성폭행과 강간에 대한 노골적 언급도 모자라서 인도 최고의 여배우가 텍사스의 멍청한 촌놈과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전개는 납득하기 힘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인도의 상황을 고발하며 개혁의 메시지를 전하는 후반부는 좀 뜬금없었고 말이죠.
그렇더라도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 하나는 충분한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를 걷어내거나 간략화시키는 등의 각색작업은 필요하겠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영화가 나와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판권을 사 와서 박정희 시대를 무대로 각색해서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막장오브더막장인 인도의 상황이 정말로 이정도인지 궁금해지네요.
덧붙여, 이 책은 제가 이사온 산본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입니다. 이 책 뿐만이 아니라 최근 읽은 대부분의 책은 도서관에서 읽거나 빌려 읽은 책이죠. 제가 도서관을 통해 읽은 책이 2개월도 안됐는데 벌써 35권정도 되네요. 저는 도서관이 동네에 있어서, 또 도서관이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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