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 - 이구열 지음/돌베개 |
19세기 후반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 당대 조선 - 한국 회화와 미술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한국 최초로 소개된 유화와 초상화의 주인공같은 회화관련 수수께끼를 찾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물론, 다루고 있는 범위도 폭이 아주 넓어서 신문에 실린 목판화나 만평까지 소개하고 있는 등 내용이 아주 풍성하네요. 또한 단순한 자료의 취합 수준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알아낸 이야기들로 그러한 사실을 밝혀나가는 과정까지도 상세하게 실려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충실하게 실려있는 관련된 도판 역시 아주 좋았고요
이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조선 최초의 누드미술에 대한 항목이었습니다. 1916년 김관호의 "해질녘"이 최초의 누드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후 도쿄 예술대학을 졸업한 조선인 유학생의 졸업 작품은 누드화나 누드 조각상이 굉장히 많았다는 이야기라던가, 모델은 학교 전속의 직업 모델이었으며 광복까지 조선에는 직업적 누드모델이 없었다는 내용들은 처음 알게 된 것들이라 무척이나 신선했어요. 특히나 김복진이라는 화가가 1938년 한 좌담회에서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색주가집 여성을 2백원에 대여했다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왕가의 후예였던 이은이 유럽여행 중 파리에서 야수파계열 표현주의화가인 반 동겐의 그림을 직접 구입하는 등 미술품 수집 활동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왔고요. 그 외에도 한 미술가의 친일 행적을 다룬 이야기, 광복 후 사라진 왕가나 개인소유였던 여러가지 귀중 미술품의 행방 등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소재에 비하면 내용이 썩 재미있게 쓰여져 있지 않은 것은 약간 아쉽습니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재미까지 있었더라면 누구에게나 권해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방대하고도 상세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자료적 가치 하나는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먼저 읽었더라면 경성탐정록의 "광화사" 이야기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다른 이야기에라도 써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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