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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세계 챔피언 - 로얄드 달 / 정해영 외 : 별점은 2.5점

 

세계 챔피언 - 6점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강

"기묘한 맛" 류 단편의 거장인 로얄드 달 단편선입니다. 일전에 읽었던 "맛"에 이어 나온 시리즈죠. 다양한 쟝르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클로드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5편의 연작 시리즈는 크게는 사기-범죄 몽상물로 규정할 수 있을테고 <탄생과 재앙>은 약간의 반전이 있는 드라마, <조지 포지>는 여성공포증을 테마로 한 환상 단편, <로열 젤리>는 이형(異形) 동물로의 변신에 대한 환상 단편, <달리는 폭슬리>는 잔잔한 일상계 반전 드라마, <소리잡는 기계>, <윌리엄과 메리>는 SF 단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클로드의 개> 시리즈가 제일 괜찮더군요.
뀡 밀렵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러스한 결말이 인상적인 <세계 챔피언>, 경주용 개에 대한 잘 짜여진 사기극을 다룬 <피지 씨>, 갑자기 늘어난 쥐떼를 잡으러 나타난 쥐잡이 사내가 손,발 등을 전혀 쓰지 않고 쥐를 잡는 것에 대한 내기를 다룬 <쥐잡이 사내>, 건초더미를 치우는 단순한 일에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는 맛이 일품인 <러민스> (단, 아무런 동기와 이유가 등장하지 않아서 범죄물로의 밀도는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클로드가 여자친구 클라리스의 아버지 호디 씨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아이템인 구더기 공장에 대한 장황한 계획을 떠벌인다는 <호디 씨> 이렇게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기발한 발상과 유머는 <세계 챔피언>과 <호디 씨>, 서늘하고 기묘한 맛의 분위기는 <쥐잡이 사내>와 <러민스>에 잘 드러나 있는, 로열드 달의 매력이 모두 담겨있는 시리즈였다 생각되네요. (<피지 씨>는 사기계획의 디테일과 진행 과정은 좋았지만 돈을 지급해야 하는 꾼들이 담합해서 돈을 안준다는 결말이 황당해서 뺐습니다.)
그 외의 작품으로는 학창시절의 괴로웠던 추억과 현재의 출근길이 결합하는 전개와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그야말로 일상계 심리썰렁 반전물인 <달리는 폭슬리>를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탄생과 재앙>은 뻔하고 지루했으며 <조지 포지>는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도 잘 되지 않았거든요. <로열 젤리>는 작가와는 잘 맞지 않는 분위기인데다가 묘사나 상상력이 징그러워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SF라 할 수 있는 <소리잡는 기계>, <윌리엄과 메리>는 좋은 작품이고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설정이었고요.

그래서 전체적인 평점은 평범한 수준인 2.5점 정도라 생각되네요. 작품마다 편차가 심한 것이 아쉽습니다.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맛" 쪽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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