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망나니 도사 전우치가 요괴를 불러내는 피리를 노리는 화담의 음모로 그림족자에 봉인된 500년 후, 요괴가 다시 출몰하고 신선들은 전우치의 봉인을 풀어 요괴를 잡으려 한다라는 줄거리로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로 2연타석 홈런을 날린 최동훈 감독의 작품입니다. 작년 아바타와 격돌해서 흥행하기도 한, 세번째 홈런이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는 전작 2작품에 비하면 들인 돈의 규모는 훨씬 큰데 이야기의 얼개는 훨씬 허술했습니다. 괜찮은 작가가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으면서 볼거리에 치중해버린 끝에 다른 장점들을 모두 날려버린 영화의 전형 중 하나랄까요. 한마디로 이 영화는 "최동훈" 영화가 아니더군요. 유사한 설정인 "머털도사와 108요괴" 와 비교한다면 7만배는 후진 단순한 블록버스터일 뿐이었어요.
이유는 감독 특유의 꽉 짜여진 시나리오라던가 디테일한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모든 인물들은 과장되어 있을 뿐 평면적이고 단순했을 뿐 아니라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본듯한 설정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야기 진행도 별다른 음모나 치밀한 계획 역시 존재하지 않은채 대부분 CG로 떡칠한 화면발에 의존할 뿐이었어요. 그나마 건질만했던 것은 "거문고 옆을 쏴라"라는 다이잉메시지 뿐이더군요.
그리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우겨넣은 탓인지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별거 없는 스토리임에도 의문점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일단 요괴가 대체 뭘 잘못한다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잘 살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죠. 게다가 수많은 요괴가 풀려났다는 초반 설정과는 다르게 등장하는 요괴는 쥐와 토끼라는 설치류 2마리 뿐이라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또 왜 화담이 피리를 노리는지도 설명이 부족해요. 요괴가 피리를 불면 더 강해진다는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리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외에도 청동검과 거울은 뭐고 과부는 왜 죽어야 하는 것인지, 임수정의 정체가 그래서 뭔지 등 세세한 곳에서 대충대충 넘기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500년 뒤 현재의 서울을 무대로 한 액션 활극으로의 변신은 "비지터"류의 문화적 충격을 보여주는 약간의 개그요소 이외에는 왜 등장했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괜히 이야기만 복잡해졌잖아요. 차라리 그냥 500년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볼거리" 측면에서도 눈이 너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그래픽이 전반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요괴들의 3D 게임틱한 비쥬얼이야 그렇다쳐도 어설픈 합성이나 액션연출은 일본 특촬물을 보는 듯 했거든요. 이 정도도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많이 발전한 것일테고, 일부 비쥬얼의 경우는 굉장히 뛰어났지만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보이네요.
감독의 전작에 때문에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2시간동안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 적당한 판타지 액션물이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입니다만 위와같은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혹 속편이 나온다면 좀더 짧고 깔끔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그냥 머털도사를 영화화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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