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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 조영학 : 별점은 2.5점이지만 표제작은 3점

줄어드는 남자 - 6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리처드 매드슨의 장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인 장편 "줄어드는 남자"와 9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원래의 판본도 이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편 한편에 단편이 덧붙여진 구성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어쨌건 바로 리뷰를 하자면,

<줄어드는 남자>
이유를 알 수 없이 하루에 0.36cm미터씩 줄어드는 주인공 스콧에 대한 이야기로 SF같은 느낌도 있지만 줄어드는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에 정통 SF라기보다는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표현이 적당하겠습니다. 고독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다른 대표작 <나는 전설이다>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하네요.

스콧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자괴감,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무력감과 싸워나가는 이야기와 완전히 줄어든 이후 지하실에서 갇힌채 먹고 사는 본능적 욕구와 더불어 그를 노리는 거미와 사투하는 이야기 두개가 교차하여 전개되는데 두개의 이야기 중 줄어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성장드라마같은 느낌이 강했고 주인공의 히스테리도 거북스러워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성에 대한 집착도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광기가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별로 와 닿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하실에 갇힌 뒤 물을 구하고 먹을 것을 마련하면서 거미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사투의 묘사가 대단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콧에게 닥치는 위험과 공포에 대한 묘사가 너무 대단하고, 그에 맞서는 스콧의 영웅적 행동에 몰입했기 때문에 크기가 "0"이 되는 순간부터 다시 조금씩 성장한다는 해피엔딩 결말을 바랬는데 예상외로 결국 "무" 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 이른바 마이너스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마무리는 좀 의외였습니다. 주인공 괴롭히기를(?) 즐기는 작가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결말일 수도 있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잔 리쓰고우 주연의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로 유명한 단편이죠. TV로 봤던 것 같은데 원작을 보니 새롭네요. "비행공포증"에 더해진 "나만 보이는 귀신" 류의 테마로 어마어마한 심리묘사를 뽑아낸 작품입니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주인공 꼬마가 다락방에 갇힌 뒤 경기를 일으키며 울부짖던 장면의 심리묘사가 소설로 쓰여졌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시험>
미래의 합법적인 고려장 제도를 다루고 있는 서늘한 단편입니다. 어딘가의 다른 앤솔로지에서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을 일정 나이에 테스트해서 지나치게 똑똑한 아이들을 걸러낸다는 단편이 떠올랐어요. 정 반대의 설정이긴 하지만...
어쨌건 아버지를 거추장스러워하면서도 걱정하는 아들의 처절한 심리묘사는 역시나 일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홀리데이 맨>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을 모두 알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인데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장르조차 짐작이 안갑니다. 차라리 직업이 저승사자였다는 결말은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별점은 1.5점.

<몽타주>
한 소설가 지망생이 영화를 보고 인생을 압축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원한 뒤 흡사 영화와 같은 85분동안의 압축된 인생을 산다는 이야기.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이야기 전개는 결말까지 별로 새로울게 없어서 그냥저냥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

덧붙이자면 "몽타주"는 영화 용어로는 쇼트와 쇼트를 이어붙여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데 작품 내용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제목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더군요.

<배달>
다른 앤솔로지에서 보았던, 한 존경받는 노부인이 사실은 마을의 소문을 이용하여 불화를 일으키는 편지를 보내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한 마을에 이사온 불청객이 편지 등을 이용하여 딱 2개월만에 이웃들을 작살내 버린다는 이야기거든요. 물론 조금 더 하드하고 과격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흥미진진한 과정에 비한다면 불화를 일으키는 작전이 별로 치밀해 보이지 않는 등 헛점이 너무 많이 보이네요. 별점은 2점.

<예약손님>
부두교를 이용한 악덕상인(?)이 등장하는 아주아주 짤막한 단편. 재미있긴한데 반전이 예상대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버튼, 버튼>
이전 리뷰 참고하세요.

<결투>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창기 작품으로 잘 알려진 영화의 원작. 트럭운전사와의 신경전에서 촉발된 죽음의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서스펜스가 넘치는 걸작이죠. 사실 영화는 좀 지루한 감도 있었는데 단편 길이가 딱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예전에 다른 앤솔러지에서 <2차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작품을 읽어보았었는데 그때는 상당히 별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번역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파리지옥>
사업과 인생에 있어 짜증만 남은 중년남자가 파리 한마리를 잡으려다 분노가 폭발한다는 일상계(?) 단편. 파리를 잡으려는 행위에서 발전하는 심리묘사가 너무 극단적이라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폭발력 하나만큼은 대단했어요. 묘사력 때문에라도 별점은 2.5점입니다.

전부해서 총점은 24점으로 9로 나누면 (10작품인데 "버튼, 버튼"은 이전에 리뷰하였기에 뺐습니다) 2.6666666..... 이니 평균은 2.5점. 하지만 표제작이자 제일 긴 장편인 <줄어드는 남자>는 별점 3점은 충분한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리처드 매드슨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쟝르문학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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